기독교 신자가 아닌 분들에게도 잘 알려진 성경 말씀 중에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이 있다.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 좌우되지 말고 감사하라는 말씀이다. 이태원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있고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안보는 불안하며 치솟는 물가와 이자율로 경제까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생각해 보야할 말씀이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사도 바울이 그리스의 데살로니가라는 도시에 있던 교회에 보낸 편지에 있는 말씀이다. 바울의 편지를 받을 때 데살로니가교회의 교인들은 환난을 겪고 있었고 (데살로니가전서3장) 극심한 가난에 처해 있었다 (고린도후서8장). 감사하기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범사에 감사하라’는 권면을 한 것이었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실천한 분 중에 손양원 목사님이 계시다. 손 목사님은 신사참배를 거부하셔서 옥고를 치르시다가 해방과 함께 풀려나셨다. 가족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것도 잠깐, 여순 사건때 두 아들이 좌익 학생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두 아들은 당시 25세, 19세로 앞길이 창창한 청년들이었다.
두 아들의 장례식에서 손 목사님은 그 유명한 아홉 가지의 감사를 하셨다.
“여러분, 내 어찌 긴 말의 답사를 드리리요. 내가 아들들의 죽음을 접하고 느낀 몇 가지 은혜로운 감사의 조건을 이야기함으로써 답사를 대신할까 합니다. 첫째, 나 같은 죄인의 혈통에서 순교의 자식들이 나오게 했으니 감사. 둘째, 허다한 많은 성도들 중에서 어찌 이런 보배들을 주께서 하필 내게 맡겨주셨으니 감사. 셋째, 3남 3녀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두 아들 장자와 차자를 바치게 된 나의 축복을 감사. 넷째, 한 아들의 순교도 귀하다 하거늘 하물며 두 아들의 순교이리요 감사. 다섯째, 예수 믿다가 누워 죽는 것도 큰 복이라 하거늘 하물며 전도하다 총살 순교 당함이리요. 감사. 여섯째, 미국 유학가려고 준비하던 내 아들, 미국보다 더 좋은 천국에 갔으니 내 마음 안심되어 감사. 일곱째, 나의 사랑하는 두 아들을 총살한 원수를 회개시켜 내 아들 삼고자 하는 사랑의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 여덟째, 내 두 아들의 순교로 말미암아 무수한 천국의 아들들이 생길 것이 믿어지니 감사. 아홉째, 이 같은 역경 중에서 이상 여덟가지 진리와 하나님의 사랑을 찾는 기쁜 마음, 여유 있는 믿음 주신 우리 주께 감사.”
이 답사 중 일곱 번째 감사의 내용대로 손 목사님은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사람을 양자 삼으셨다. 손양원 목사님이야말로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대로 사신 분이셨다. 그러나 손양원 목사님과 같은 분들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옛날 어느 마을에 마음씨 착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그 해 농사가 잘되었는데 특별히 무우 농사가 잘 되었다. “농사가 이렇게 잘된 것은 고을 원님이 선정을 베푼 덕이라”고 생각한 농부는 제일 큰 무우를 뽑아 원님에게 바쳤다. 원님은 무우를 받고 기특하게 생각해서 이방을 불렀다. “이방, 요즘 관가에 들어온 것 중에 좋은 것이 없는가?” “예, 큰 황소가 최근에 한 마리 들어왔습니다.” “그래? 그것 좋구만! 그것을 저 농부에게 줘라!” 농부는 좋은 무우 하나를 바치고 황소를 선물로 받았다.
원님이 하사한 황소를 끌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오다가 마음씨 고약하기로 소문난 이웃을 만났다. 이 사람은 마음씨 착한 농부가 원님으로부터 황소를 하사받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속이 불편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다.
“옆집 사람이 무우 하나를 바치고 황소 한 마리를 받아왔으니 내가 우리 집 황소를 바치면 원님이 적어도 논 몇 마지기 정도는 하사하시겠지" 그래서 몇 해 동안 공들여 키운 황소를 끌고 원님에게 갔다. “원님께서 선정을 베푼 덕분에 저의 집 황소가 이렇게 잘 자랐습니다. 제가 이 황소를 원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원님은 황소를 받고 나서 이방에게 물었다 “이방, 요즘 관가에 들어온 것 중에 좋은 것이 없는가?” “예, 일전에 들어온 무우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 그것 좋겠구만! 그 무우를 이 농부에게 줘라!” 그래서 마음씨 고약한 농부는 큰 황소를 갖다 바치고 무우 하나를 얻어 가지고 투덜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손양원 목사님과 같이 범사에 감사하기 보다는 시기와 욕심으로 황소를 주고 무우를 얻고 나서 투덜대는 모습이 내 모습은 아닌지 점검해 본다.
<
옥승룡 / 목사 갈보리장로교회,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