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들어 지속되고 있는 물가 폭등으로 서민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생계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운전에 소요되는 개솔린 가격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운전자들의 스트레스 지수도 같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나온 야데니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가구 당 개솔린 지출은 5,000달러로 지난해의 2,800달러에 비해 거의 두 배 가량 늘었다. 서민가구들이 느끼고 있을 부담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하다.
개솔린 가격은 직접적으로 가계 지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심리적으로 미치는 중압감은 더 심각하다. 소비자들은 피부에 와 닿는 물가를 통해 경제를 진단하고 경기를 체감한다. 그 가운데 개솔린 가격은 가장 직접적이고 민감한 지수이다. 이런 이유로 민심은 개솔린 가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물가의 동향, 특히 개솔린 가격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그리고 정치인들의 이런 우려는 객관적으로도 근거가 있음이 확인된다.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미국의 장래와 관련한 설문조사들의 결과는 조사 시점의 개솔린 가격에 따라 일관된 패턴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개솔린 가격이 떨어지면 미래에 대한 낙관과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지는 반면 반대로 개솔린 가격이 뛰면 부정적 평가가 늘어난다. 개솔린 가격에 따라 대통령과 경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가 널뛰는 것이다.
이처럼 개솔린 가격이 민심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물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 이유는 우리의 자유의지와는 상관없이 매일매일 거리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개솔린 가격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백화점이나 가게에서 가격을 확인하게 되는 다른 물건들과는 다르다. 또 개솔린은 다른 물건들과 달리 대체재가 없다. 그래서 가격에 대한 통제감을 갖기가 쉽지 않다.
개솔린 가격이 지속적으로 정쟁의 이슈가 되는 것은 이처럼 가격이 민심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개솔린 가격이 많이 뛰면 야당은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과 무능이 초래한 결과라며 비판을 퍼붓는다.
그동안 민주당 정권 하에서 개솔린 가격이 오르게 되면 공화당은 “연방정부가 적극적인 원유시추를 통해 개솔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데도 이를 등한시한 결과”라고 줄기차게 비판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원유시추가 개솔린 가격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지극히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실 개솔린 가격은 단순한 수요공급이라는 경제 원리를 넘어 국제정치까지 집어넣는 다차원의 방정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난제이다. 현재의 개솔린 가격 역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초래된 측면이 크다. 미국 대통령의 잘못이라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그럼에도 넉넉지 않은 주머니에서 돈을 털어 비싼 개솔린을 넣어야 하는 서민들로서는 누군가 책임져야 할 대상이 필요하다. 가장 손쉬운 대상이 바로 대통령이다. 그래서 대통령 지지율 추이는 개솔린 가격과 맞물리게 되는 것이다.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이 전략 비축유 1억8,000만 배럴 방출을 승인한 것은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승인에 따라 지금까지 1억6,500만 배럴이 풀렸고 추가로 1,500만 배럴이 더 풀릴 예정이다. 이 조치 덕분인지 개솔린 가격은 지난 6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가 내림세로 돌아서 최근에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다음 주로 다가온 중간선거는 악화된 경제적 상황 때문에 공화당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민주당이 어느 정도 선방할 수 있을지는 선거 직전의 개솔린 가격 동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부 초접전 지역에서는 이것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