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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 사탄아 물러가라

2022-10-25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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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이란 말은 비기독교인에게는 낯선 말이다. 히브리어로 악마 혹은 유혹자란 뜻이다. 예수는 전도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광야에 나가 기도와 사색의 생활로 40일을 보냈다. 그 때 사탄이 예수를 유혹하였다. 백성들 앞에서 기적을 보이면 너를 따를 것이라는 유혹이었다. 예수는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만드는 자이다”하고 한 마디로 물리쳤다.

서양 민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악마들이 회의를 가졌다. 사람을 유혹하는 방법에 대하여 현상모집을 한 결과 일등 당선작은 ‘한번만 해 보라’는 유혹의 방법이었다. 둘도 말고 더도 말고 딱 한번만 해보라는 것이 최고의 유혹 방법이다. 한번만 빠지면 중독이 되고 마는 것이 약한 인간이라는 교훈이 담긴 이야기이다.

한국 최초의 섹스 소설, 윤백남의 ‘백련유전기’라는 것이 있는데 절간에 갔다가 중에게 강간을 당한 처녀 백련이 그 후는 뭇 남자에게 안기며 돌아다니는 이야기이다. 사람을 무너지게 하는 것은 단 한 번의 시작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그 뒤는 엉망이 된다. 사탄의 유혹은 처음에 물리쳐야 한다. 한 잔쯤, 한 번쯤 하다가 점점 빠져든다.


내가 미국에 이민 와서 첫 직업을 가진 것이 우범(虞犯)소년 교육원이었다. 말썽꾸러기들만 모아 놓고 교육하는 곳이다. 어느 날 한 소년이 도망치려다가 길을 잘못 들어 늪에 빠졌다. 어른 열 명이 손을 맞잡고 늪에 들어가 소년을 구해냈다. 유혹은 늪과 같다. 빠지면 나오기 어렵다.

모든 중독의 과정은 비슷하다. 처음은 즐겁고 기분 좋고 재미있다. 밀월시대(Honeymoon)라고 부른다. 술 약물 도박 이성 등 처음은 즐겁고 재미있어 빠져들기 쉽다. 그러나 나오기는 쉽지 않다. 어떤 이는 천당에 올라간 기분이라고까지 말한다. 중국에서는 아편전쟁까지 났다. 약물 중독은 온 국민에 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우편법에 추신법이라는 것이 있다. 이사를 가도 우체국에 새 주소를 알려 놓으면 우편물이 새 주소로 배달된다. 사람들은 유혹을 즐겨서 새 주소까지 사탄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사탄의 유혹은 집을 옮기고 직장을 옮겨도 나를 계속 따라다닌다. 사탄에게 나의 약점을 보이지 말고 철저하게 끊는 것이 유혹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다.

뉴저지 주도 옛날에는 적신호 때 우회전은 금지되어 있었다. 그 당시 운전하면 유혹 받을 때가 많다. 오는 차가 없으면 살짝 우회전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가장 많은 교통위반이 적신호 우회전이었다. 사람들이 빠르고 편하면 교통위반을 한다. 죄를 짓는 것도 빠르고 편하면 해버린다 사단의 유혹은 언제나 내게 편하고 유익하면 하라는 속삭임이다.

바람에 많이 시달리는 나무는 뿌리가 깊다. 넘어지지 않으려는 스스로의 방어책인 것이다. 사탄의 유혹을 이길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교양인이다. 공부도 하고 경험도 쌓고 신앙도 가지고 하여 유혹을 이길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이탈리아의 민화에는 이런 어리석은 청년의 이야기가 있다. 여행 중 어느 부잣집의 초대를 받는다. 이 청년은 그 집 벽에 걸려있는 한 여자의 초상화를 보고 반해버린다. 그는 주인에게 “이 그림을 내일도 한 번 더 와서 볼 수가 있겠습니까?”하고 말하고 허락을 받는다. 이튿날 그 짐을 방문하였을 때 그 집 딸을 보게 된다.

그 딸이 너무 예뻐 주인에게 말한다. “내일 한 번 더 와서 댁의 아름다운 따님을 만나 볼 수가 있겠습니까?”
주인은 너는 보는 여자마다 예쁘다고 하니 내 집에 더 오지 말게”하고 거절한다. 버릇 나쁜 청년으로 본 것이다 . 유혹도 자주 빠지면 버릇이 된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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