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이다. 또 “틀림없이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이다~ 세종대왕의 업적이 어떻다~ 컴퓨터 시대에 그 가치가 더욱더 돋보인다~.” 운운하며 칭찬 일색의 글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한 칭찬이 과한 것은 아니겠지만 한글날을 맞이하여 언론이나 나에게 보내오는 여러 글을 읽으면서 이제는 한글 칭찬보다 좀 새로운 시각을 갖고 우리가 상용하는 언어와 글자에 대해서 좀 품위를 지키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과소비라고 해야 하나? 좌우간 글을 읽다보면 내가 시대에 뒤떨어졌는지 모르겠으나 한 마디로 어지럽다.
우선 각 단어의 첫 글자만 쓰는, 소위 acronym의 남용이 너무 심한 것 같다. 처음 한국의 정치계에서 쓰고 있는 ‘윤핵관’이란 단어를 읽고 고개를 갸우뚱 했었는데 이것이 (윤)석열측 (핵)심 (관)계자에서 첫 글자이란다.
다행히 윤핵관은 구글에서 찾아보고 그 뜻을 알 수 있었으나 구글에서도 찾을 수 없는 글자가 참으로 많아 그 뜻을 이해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또 어느 경우에는 각 글자에 자음만 써서 보내기도 하는데 참으로 당혹스럽다.
어느 누구가 글을 영상과 함께 보내면서 “대단합니다 ㄷㄷ” 라고 되어 있어 이것은 또 무엇인가, 왜 ㄷ ㄷ를 달았는가 이상해서 구글에서 찾아보았더니 ㄷㄷ는 대단합니다, 란 뜻으로 “대단합니다. ㄷㄷ”는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이란 뜻이라 한다. 또 꼭 수수께끼 같은 자음으로만 된 글이 많이 와서 그 뜻을 알려고 애를 쓰다가 스트레스만 쌓여 이제는 포기했는데 하나만은 알고 있다. ㄱㅅㅎㄴㄷ 이다 이것은 감사합니다, 이란다.
또 하나는 약어 소위 abbreation이라고 해야 하나 어찌 되었던지 이것들은 텔레비전은 물론 정부 조직에 여성가족부를 여가부로 문화체육부를 문체부로 부르는 등 상용화한 것이 많고 아무런 저항감이 없지만 때로는 도저히 이해 못한 약어 단어가 많다. 또 자기 세대들 세계에서의 은어가 된 것이 언론에서 그냥 여과 없이 쓴 것이 너무나 많다는 말이다.
이것들도 고쳐야 할듯하다. 예를 들어 뚠순이란 글이 와서 한참 생각하다가 알 수가 없어 구글에서 찾으니 뚱뚱보 여자를 애교있게 부르는 것이 뚠순이란다. 좌우간 어지럽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언론계에 특별히 그리고 각별히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사람들의 생각을 혼돈하게 하거나 보통 명사화가 되어 오도될 수 있는 단어는 좀 생각하고 활자화 하자고 말이다. 지금 하도 그렇게 써서 아 그런가 보다 하고 쓰고 있는 단어 몇 개를 생각해 보자.
4.19 혁명? 나는 4.19 현장에 대학생으로 있었다. 그때 당사자인 우리는 4.19를 한 번도 혁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도 4.19는 불의를 못 참고 일어난 의거라고 생각한다. 혁명, 그것은 아니었다. 같은 관점에서 촛불혁명이란 단어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촛불 시위이냐 촛불혁명이냐를 생각해보자는 말이다. 독일 나치 선전상 괴벨스가 그랬던가? 거짓말이라도 열 번 반복하면 진실로 생각들 한다고 한 말 말이다. 촛불 시위에 참가했던 사람들 중에는 불의에 대한 의거로 참가한 사람도 있었겠고 이것을 기폭제로 혁명으로 이끌어 가야 하겠다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것이 혁명으로 보통 명사가 된 것 같다. 혁명이 아니라 시위이고 의거라고 믿는 나같은 사람도 내 주위에 꽤나 많다.
한마디 더 해본다. 외교참사라는 단어가 난무하고 있다. 정부를 흘겨보는 야당으로서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의 결과가 외교의 참사인지 훌륭한 외교이었는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언론은 “야당이 주장하는 외교참사”이라고 써야지 야당의 주장이 곧 진실이 되도록 기사를 쓰면 안 된다. 4년 전까지만 해도 언론들이 이러지는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경에서 혼자 여러 번 혼자 식사를 해도, 수행 기자가 경호원에게 폭행을 당해도 그냥 그 사실을 기사화했지 외교 참사라는 단어를 야당도 쓰지 않았다. 그러니 언론으로서는 “야당이 주장하는 외교 참사”라고 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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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 문인/ 맥클린,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