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人成虎(삼인성호)
2022-10-13 (목)
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
‘세 사람이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는 뜻으로 거짓에 의해 진실이 꾸며진다는 한비자(韓非子)의 내저설상(內儲說上)의 전(傳)에 나오는 말이다.
전국시대 위(魏)나라의 태자와 함께 조(趙)나라의 수도 한단(邯鄲)에 인질로 가게 된 신하 방공(龐恭)은 자기가 없는 동안 다른 신하들이 자신을 모함할 것을 걱정하여 떠나기 전 위왕에게 ‘만약 어떤 한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왕이 ‘믿을 수 없다’고 하자 다시 ‘만일 두 사람이 같은 말을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왕이 ‘믿을 수 없다’고 하니 ‘그럼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라고 하니 이번에는 왕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믿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방공은 ‘도대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날 수 없는데도 세 사람이 말을 하게 되면 호랑이가 나타난 것이 됩니다. 이제 제가 한단에 가게 되면 저를 모함하는 자가 세 사람보다 더 많을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왕께서 이를 깊이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후 방공이 한단에서 돌아왔어도 끝내 왕을 만날 수가 없었다. 왕의 주위에 있는 자들이 방공에 대해 끊임없이 거짓으로 꾸미고 헐뜯는 말에 왕이 넘어가 그를 의심했기 때문이었다.
여러 사람의 거짓이 진실을 가려 나라를 어지럽게 한다는 이야기로 제(齊)나라의 명 재상 안영(晏嬰)이 노(魯)나라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 있다. 노의 애공(哀公)이 ‘세 사람이 함께 하면 헤매지 않는다는데, 내가 온 나라 사람들과 의논하여도 나라가 어지러우니 왜 그런 것이오’라고 물었다.
안영은 ‘옛날에 세 사람이 함께 하면 헤매지 않는다고 한 것은, 한 사람이 틀리더라도 두 사람이 맞으면 세 사람으로도 충분히 여러 사람이 되는 것이므로 세 사람이 함께 하면 헤매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지금 노나라의 신하는 몇천 몇백을 헤아리지만, 권력자인 계손(季孫)의 사익에 모두 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람 수는 많으나 그 하는 말은 한 사람이 하는 것과 똑같으니 이 어찌 세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라 말했다. 이는 군주나 백성이 사특한 사람이나 집단이 꾸민 말에 미혹되어 나라가 어지럽게 됨을 말한 것으로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며 지혜로운 판단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권력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사언(詐言)을 퍼뜨려 백성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나라를 혼란하게 하여 위태롭게 만드는 삼인성호와 같은 일은 예나 지금이나 항상 일어난다. 특정한 사람에 대한 모함이나 거짓말을 교묘하게 꾸미고 이를 여러 사람이 반복적으로 여기저기에서 지속해서 퍼뜨리다 보면 사람들이 처음엔 긴가민가하다가도 나중에는 그렇겠구나 하고 속아 넘어가게 된다.
이는 거짓 선동을 꾀하는 자들의 상투적인 수법이며 거짓이 밝혀질 때 그들은 온갖 핑계를 댄다. 또한 속으로는 옳지 않은 일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양심에 어긋나게 삼인성호 주장에 동조하여 결국 나라를 어지럽히는 일에 가담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로 생긴 호랑이는 결국 그 사람을 잡아먹게 될 수도 있다. 이 시대에 진실을 구별할 수 있는 눈과 귀를 가지고 양심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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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