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에 검색하는 관심도가 높은 것은 ‘코로나’라는 단어였다. 그런데 요즘은 ‘리세션(Recession)’에 대한 검색 빈도가 더 높다고 한다. 리세션이란 마치 계절이 순환하듯 경제학에도 적용되는 순환 성장의 개념이다. 그렇다면 경기 후퇴의 초기 국면으로 경기가 하강하면서 침체를 향해 가는 첫 관문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미국립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에 따르면 리세션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분기 연속으로 후퇴하는 상황을 말한다. 우리 몸이 건강하다가도 아플 때가 있는 것처럼 리세션도 초기 증상같이 나타난다. 경제도 호황기 다음에는 반드시 성장률 저하나 실업률 급증 등 경기 침체 초기에 나타나는 징후가 생긴다.
대파국이 오기 전에는 여러 가지 증상들이 있다. 글로벌 팬데믹과 같은 충격으로 전세계 성장률이 줄어들고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게 된다. 이렇게 경기후퇴 상황으로 들어가면 자연 경제 활동이 활기를 잃고 사람들은 투자를 꺼려하기 시작한다.
자동적으로 가게 숫자가 줄어들고 주위에 ‘for sale’ 사인이 많아지면서 커뮤니티 경제 규모가 전반적으로 축소되기 마련이다. 가게들은 재고가 쌓이면서 수지 타산과 이윤이 감소한다. 호황기 때는 온 주변이 활기를 띄면서 투자하고 모두들 팡팡 돈 쓰기 바빴는데...
모든 경제 활동이 주춤하는 리세션 시기가 오래가면 여기저기서 디프레션 (Depression)이란 단어가 쉽게 등장하는 상황까지 오는 것은 아닐까. 리세션(Recession)이나 디프레션(Depression) 모두 불황이나 경제 침체라는 어감은 같다. 하지만 디프레션은 그야말로 존 스타인백의 소설 ‘분노의 포도’ 때처럼 모든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정도의 경제 대재앙일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확산 이후 멀쩡히 일하던 미 근로자 50여만 명이 일을 못하는 건강상태가 되어 버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어떤 뉴스에서는 월마트가 20만 달러 연봉을 주는 매장 매니저를 못 구해 진땀을 빼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미국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497만 명이나 줄어들었다는 통계도 보았다.
제조업과 소매업은 물론, 운송업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인력난이 심해졌다. 구인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음식점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서빙하는 알바를 못 구해 가족과 일하다 가정 파탄이 날 지경이라는 웃지못할 안타까운 일도 있다.
전국적으로 웃돈을 주겠다는데도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하는 최악의 구인난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당국에서 천문학적인 코로나 CARES법 지원금을 푼 것 때문인데, 이제 리세션이 오면 오히려 너도 나도 직장을 구해야 하는 상황으로 돌변하게 되지는 않을까.
몸의 컨디션이 좀 나쁘더라도 이제는 일터로 향해야 할 테고, 콧대 높던 구직자들도 슬슬 꼬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 바로 코앞에 와있다. 우리가 그동안 좀 살만하다고 얼마나 마음껏 쓰고 편하게 살았는가. 식당에 가도 한 상 가득 받아놓고 흔하고 흔한 음식 아까운 줄 모르고 버리기가 예사였고, 집집마다 차고 넘치는 게 옷가지고 물건들이었다.
이제 우리 앞에 R(Recession)의 공포가 엄습하면? 그동안 모두 흥청망청 하고 살았던 과거를 뉘우치고 다시 겸손 모드로 돌아가야 옳을 듯싶다.
유난히 유명브랜드를 좋아해서 값비싼 핸드백이나 의류 등을 구입하는데 남달리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았는지, 물이나 전기가 흔하다고 아까운 줄 모르고 마구 낭비하며 사는 생활은 아니었는지,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며 이기적으로 산 것은 아니었는지... 모두 돌아보며 다가오는 위기를 잘 대처해 나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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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