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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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콕도의 그림 이야기

2022-10-11 (화) 제이슨 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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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시인이자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내 귀’,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 소리를 그리워 한다”를 쓴 프랑스 시인 장 콕토, 경쾌하고 신기하고 때로는 신비롭기도 한 시나 소설을 쓰고, 영화를 만들고, 자신이 배우이기도 했으며, 디자이너, 성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천재 예술가 장 콕도….

1889년 7월5일 파리에서 20Km 정도 떨어진 메종 라피트라는 작은 도시에서 사회적 명성이 있는 조르주 콕도와 외제니 르콩트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기에 어린 시절부터 프랑스 사교계와 접촉할 기회가 많은 환경에서 자랐으나 변호사였던 아버지가 9세 되던 해에 자살하는 불행을 겪기도 했다.

아버지의 죽음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으나, 동성애자였으며 작품과 인생 여정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평가는 극찬과 호된 질책을 동시에 받았고, 인기도 있었으나 질시와 비난도 받아야 했다. 사생활까지 숨김없이 공개함으로써 스스로 발가벗겨진 채 대중들 앞에 서는 예술가였다. 정규학교 다니기를 싫어하고 문학적인 교류를 즐겨했으며 당대의 최고 여성 예술인들과 사귀었고, 다다이즘 시인으로 출발했다.


1919년 콕도는 16세의 시인이자 작가인 미소년 레이몽 라디게를 만나 열정적으로 사랑했지만 4년 뒤 라디게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절망에 빠진 나머지 아편 중독자가 되었는데 이때 그는 ‘무서운 아이들’이란 유명한 소설을 남겼다. 1930년 전위적인 작품 ‘시인의 피’를 발표하여 본격적으로 극영화 제작에 뛰어들기도 하고, 1955년엔 프랑스 예술원 정회원이 되었으며, 문화 예술계의 중심인물로 활동했다.

콕토의 모든 작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밀과 수수께끼의 연속이다. 주어진 물음을 탐색해도 답은 찾을 수가 없다. 마치 거울 저편에 무엇인가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은 받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알 수 없는 공간 같은 것 말이다.

콕토는 어떠한 현상 뒤에 있는 불가시성을 탐구하여 가면을 쓴 채로 진실을 제시하고자 했던 것이다. 불안과 공포가 혼재하는 인간 내면의 혼돈에서 정체성을 찾고 거기서 한편의 시를 발견한 작가였다. 보통 사람들은 흉내조차도 내기 어려운 여러 예술 분야에 두각을 드러냈던 초유의 예술가 장 콕토, 그는 자신의 삶이 그 자체로 한편의 드라마였고 승화한 예술이었다.

나는 그 천재예술가 장 콕토의 그림 한 점을 가지고 있다. 40여년전 대우그룹에 다닐 즈음 신라호텔 지하상가에 있던 ‘유나화랑’에서 장 콕토의 그림을 보고 첫눈에 반해 구입한 것이다.

화랑 주인 유덕화 선생님은 “나는 그림을 전시하여 화가와 소장가를 연결해주는 화랑의 주인이지만 한 가지 철학이 있다”면서 돈 많은 사람이 큰돈을 내고 구입해간 귀한 그림이라도 주인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외진 벽에 장식용으로만 걸려있고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주인을 만나는 것보다 부자는 아닐지라도 거실에 걸어두고 매일 한 번씩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며 사랑을 아끼지 않는 주인을 만난 그림은 그림도, 그린 화가도 행복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 그림은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 주인이 되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사연으로 구입한 그림인지라 30여년전 미국으로 이민 오면서도 가지고 와서 소중히 간직하고, 지금도 여전히 나의 거실에 걸려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변함없이 내 사유의 깊은 심연에 존재하는 나의 좋은 친구, 이 그림 한 점 속에 장 콕토의 영혼이 깃들어있고 나의 삶, 나의 인생이 있다.

<제이슨 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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