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결실의 계절 10월은 문화의 달이기도 하다. 10월3일은 나라를 세상에 열었다는 개천절이고, 10월9일은 한글날이다. 이 땅에서도 한미수교 140주년 기념으로 주미한국대사관과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양한 공연과 전시 등 ‘한국문화축제’ 한마당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영국의 문화인류학자 타일러는 “문화란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습관 및 사회성원으로서 인간에 의해 획득된 모든 능력과 습성을 포함하는 복합적 총체”라고 하였다. 문화는 정신문화 즉 무형문화와 물질문화 즉 유형문화로 나뉘지만 이 두 문화 사이에는 뗄 수없는 내연의 관계가 있다. 정신문화가 물질문화로 형상화되고 재창조되어진다. 물질문화 속에는 정신문화가 내재되어있다.
140여년 전 조선을 한 번도 안 와본 월리암 그린피스가 당시 조선을 ‘은둔의 나라’(Hermit Nation, 1882)라고 서양에 소개하였고, 조선을 방문했던 퍼시벌 로웰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1885)라고 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친한파 학자인 호머 헐버트는 이들을 비판하면서 당시에 미국 월간지 하퍼스(1899.6)에 조선의 5대 발명품을 금속활자, 거북선, 현수교, 비격진천로, 훈민정음이라고 소개하였다.
헐버트가 주장한 발명품을 보면, 직지심경을 인쇄한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는 독일의 구텐베르크보다 80여년 앞섰고, 세계 크루즈선과 잠수함 등 조선업의 기초가 된 거북선, 현수교를 건립한 기술을 바탕으로 터키와 유럽을 잇는 세계 최장 차나칼레대교, 비격전천로는 현대전에 필요한 차량 탑재의 자주포와 천궁/천무의 기술로 발전한 한국산 방위산업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세계 산업화의 후발주자로서 대한민국은 자동차, IT와 반도체, 각종 한국산 가전제품 등이 전 세계인에 주목을 받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양 선교사들이 현대학문을 포함한 과학과 스포츠, 예술 등을 소개한 지 한 세기 이상이 지난 작금, K-Culture와 콘텐츠가 새롭게 형상화되고 응용 재창조되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가수 싸이로부터 시작된 K-팝과 K-LPGA, K-푸드, K-뷰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부터 ‘미나리’, ‘오징어게임’ 등의 K-시네마까지 이제 한국은 고요한 은둔의 나라가 아니라 글로벌 MZ세대를 넘어 전 세대를 열광케 하며 세계에서 가장 핫한 문화강국으로 발전을 거듭해가고 있다.
조현용 교수(경희대)가 주장하듯 언어는 문화의 씨앗이며 우리는 남다른 언어문화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그 문화의 씨앗이 세종대왕이 만든 우리 한글이다. 유네스코가 1998-2002년에 세계 7,000개 언어 중에 통용되고 있는 2,900여개 언어 가운데 가장 적합한 문자를 찾는 연구에서 우리 한글이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미국 현대 언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글 수강생이 전년에 비해 95%이상 증가했으며, 온라인 무료 플랫폼인 듀오링고에서 6대 언어로 뽑혔다. 한국어를 대입 시험교과목으로 채택한 나라가 일본, 프랑스, 홍콩 등 9개국이며,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도 한류의 붐을 타고 33여만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의 상승으로 K-Culture와 더불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러시아어, 아랍어 다음에 7번째 한글이 유엔 및 국제 공용어가 될 날도 멀지 않다. 이에 우리 모두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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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화 전 성결대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