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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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 살인자를 아들로

2022-10-04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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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70년대 초에 이민와서 커넷티컷 주 하트포드에서 한인교회를 목회하였다. 그 당시 하트포드 제일감리교회 담임자는 월터 에버렛 목사였는데 그 분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외아들이 어떤 사람과 말다툼을 하다가 그 사람의 권총에 맞아 사망하였다.

살인자 마이크 카루치 군이 교도소에 들어가 몇 해가 지난 후 갑자기 에버렛 목사의 마음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예수의 제자라면 한 청년을 교도소에서 죽일 것이 아니라 그를 개선시켜 좋은 인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 아닌가?” 에버렛 목사의 간청을 듣고 교도소에서도 감격하여 살인자에게 특사를 내렸으며 목사는 그를 아들로 입양하였다. 그리고 자기 교회에서 참한 며느리감을 골라 결혼시켰다. 네 원수도 사랑하라는 예수의 사랑을 실천한 것이다.

화는 누구나 자주 경험하는 감정이다. 불붙는 화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갈리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피로의 3대 요인을 말한다. 걱정과 긴장과 화이다. 화내는 것은 신체건강에도 나쁘고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 화를 낸 뒤에는 온 몸에서 기운이 빠진 느낌을 갖는다.


왜냐하면 화는 두번째 감정이기 때문이다. 화란 이미 가졌던 어떤 감정을 엄폐하려는 마음이므로 피로하지 않을 수 없다. 화내기 전에 이미 부끄러움이나 실망이나 좌절, 쇼크나 걱정 등 무엇인가가 있었던 것이다.

영어로 화는 anger인데 그 앞에 d만 붙이면 danger 곧 위험이 된다. 화에 뒤따르는 것이 위험이라는 뜻이다. 세월이 갈수록 사람들은 화를 더 잘 내는 것 같다. 옛날에는 기차를 놓쳐도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회전문(Revolving door) 한 칸만 놓쳐도 신경질을 부린다. 기다리는 인내심이 떨어진 것이다.

히브리인의 옛 지혜서에 “성급한 사람과 사귀지 말고 성을 잘 내는 사람과 함께 다니지 말아라. 네가 그 행위를 본받아서 그 올무에 걸려들까 염려된다”(구약 잠언 22:24)라는 말이 있다. 화 잘 내는 것도 전염성이 있으니까 손해를 안 보려면 그런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말라는 훈계이다.

미국 프로 풋볼 역사에 30야드 벌칙을 먹은 일이 있다. 공격적 행위를 범한 선수에 대하여 심판은 15야드 벌칙을 주었다. 이 선수가 심판에 대하여 화를 내자 심판은 15야드 더 추가시켜 모두 30야드 벌칙이 되었다.

심판이 점잖게 말하였다. “이만큼 떨어지면 아무 냄새도 안 나겠군 ”아리송한 말이지만 결국 “너는 돼지다”란 말이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화 날 때 기도가 가장 잘 된다”고 말하였다. 화 날 때 회개할 것이 가장 많다는 뜻이다.

성경은 참는 자가 복이 있다고 말한다. 인내의 결과는 반드시 행복이 온다는 말이다. 인내는 기도를 낳고 기도는 사랑을 낳는다, 원수 사랑은 불가능이라지만 인내로부터 시작하면 가능해진다. 누가 이길까?

참는 자가 이긴다. 참는 것은 비굴이 아니다. 이기고 싶거든 참아라 인생의 열매 중 가장 아름다운 열매가 인내의 열매이다. 화가 났을 때 참는 요령이 있다.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서너 번 하면 어느새 감정이 누그러진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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