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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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생각 - 사과따기

2022-09-21 (수) 윤관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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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온 첫 해 가을에 가족들과 사과농장에 가서 직접 사과를 따는 것은 한국에서 갖지 못한 놀라운 경험이었다. 사과농장에서 내 마음대로 골라서 갓 딴 사과를 먹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고 맛도 신선했다.

사과를 먹는 것은 무료이고 갖고 가는 사과에만 돈을 받아 많이 먹으려 해도 배가 불러 세 개보다 더 먹지 못했다. 거의 매해 가을에 애플피킹을 가서 가족과 또는 친지들과 함께 풍요로움을 느끼며 수확의 기쁨을 즐겨왔다.

오래 전에 고모님과 고모부님이 한국에서 오셨을 때 사과나무 바로 앞에까지 차를 몰고 갈 수 있는 사과농장에 모시고 간 적이 있다. 고모님은 땅에 떨어져 흠이 있는 사과들도 아깝다며 부지런히 패킷에 담으셨다.


내가 떨어진 사과들은 농장에서 모아 애플주스나 애플파이를 만드는데 쓰니 담지 마시라고 하니 웃으시며 아주 좋은 곳에 와 본다고 하셨다. 여러 해 전에 교회 경로관광에서 내가 기획 및 실행 책임자로 교우님들을 모시고 과수원에 몇 번 갔는데 모든 분들이 즐거워했다.

몇 해 전에 한국 갔을 때 사과 과수원을 갔었는데 직접 사과따기는 할 수 없었고 규모도 뉴욕주 사과농장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한국의 사과가 더 맛있다고 느끼지 못했다.

결혼초부터 사과를 즐겨 먹는 아내가 매일 아침 사과 한 개씩 먹으면 의사를 멀리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과가 건강에 좋다며 권유하여 나도 여러 해 전 부터 매일 아침에 사과 한개씩 먹는다. 사과에 들어 있는 성분들이 소화흡수를 잘 되게 하고 피로회복과 면역력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다이어트에도 좋고 나쁜 콜레스톨 수치도 떨어트린다고 한다. 뉴욕주는 워싱턴주에 이어 미국 제2의 사과생산지로 수많은 사과농장에서 각종 사과를 재배한다. 뉴욕주는 사과 재배 조건과 사과 맛으로는 최고라고 한다.

사과는 일년 내내 뉴욕주 식품점에서 구할 수 있다. 사과농장에 가서 사과를 사는 것이 수퍼마켓에서 사는 가격보다 싸지는 않다.

오늘 드높은 하늘 아래 울창한 숲과 간간이 단풍을 감상하며 사과농장에 갔다. 코로나-오미크론이 다시 부상하는 때이나 사과 농장에 도착하니 수많은 사람들이 와 있다. 넓은 사과농장에 흩어져 사과를 따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사과를 따서 먹으니 맛이 새큼하다. 이브가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따 먹은 과일이 하필이면 사과인가 하는 의문이 풀리는 것 같기도 하다. 가을 햇볕을 받으며 사과를 따며 풍요와 수확의 기쁨을 맛보니 마음에 감사가 깃든다.

<윤관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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