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우리가 별임을 일깨워준 우주망원경

2022-09-21 (수) 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크게 작게
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이 찾아낸 참으로 아름답고 정겨운 낱말이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밤하늘의 별을 최근 다시 찾게 되었다. 지난 7월12일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공개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찍은 남쪽고리성운, 용골자리성운, 스테판5중주 소은하군 사진을 보고 나서였다. 감탄과 놀람, 황홀 그 자체였다.

대개 별에 대해 갖고 있는 친근감과 무의식적 동경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별에서 왔기 때문일지 싶다. 인간의 몸은 흙에서 왔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흙 곧 우리의 지구는 별의 먼지가 뭉쳐진 것이기에, 생성소멸 하면서 우주에 자신의 몸을 내어준 저 별들이 우리가 온 곳이다. 천문학적으로 말하면 별이 곧 우리요, 우리가 별이다. 그런 면에서 밤하늘의 별을 올려본다는 것은 곧 자신의 정체성인 우주적 영성을 회복하고 확인하는 거룩한 성사(聖事)다.

1969년 감격적인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으로 고대로부터 지녀왔던 달에 대한 신비로움은 거의 사라졌지만, 별은 여전히 인류에게 아름다움과 동경, 끝없는 탐구와 신비의 상징이다. 우리 민족은 물론이요 모든 민족들의 신화에 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인류는 예전부터 별들과 함께 살아왔고, 지금도 별들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별들과 더불어 살아갈 것이다. 지구와 태양에서 보듯이, 인류는 별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살 수 없다.


이처럼 별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다. 원시시대 별자리를 아는 것은 공동체의 생존 유지에 필수지식이었다. 인류는 고대로부터 어두운 밤에 별을 방향의 지표로 삼았고, 계절의 기준으로 삼아 농경을 했으며, 나라의 길흉을 알아보는 예표나 종교적 상징으로 삼았다.

별은 또한 수많은 시인, 예술가들에게 가물 없는 영감과 에너지를 주어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과 문화 안에서 우리와 함께 있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은 별을 노래하고 별과 더불어 산 사람만이 내려 받을 수 있는 시일 것이다. 알퐁스 도데의 단편 ‘별’에 나오는 아름다운 마지막 구절, “밤하늘의 가장 밝은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려와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노라고.” 역시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 영롱한 별빛 아래 별과 함께 밤을 지새우지 않고는 받을 수 없는 글이다.

별의 고마움은 끝이 없다. 별은 오래전부터 인류를 탐구자로 불러내어 삶의 지혜를 주었고, 스스로 탐구의 대상이 되어 우리에게 우주를 알려주고 있다. 별은 우리에게 138억년이라는 우주의 나이, 약 46억년이라는 지구의 나이 등 우주의 생성과 변화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별은 생성소멸의 과정을 거치면서 가스, 먼지, 다양한 원소들을 방출하여 우주에 필요한 생명의 재료를 만들어 낸다. 별의 고마움이요, 스스로 우주를 섬기는 별의 영성이다.

그런가하면 별은 또한 인류에게 ‘모름과 신비’를 대면케 하여 인류를 겸손케 하고 절대자 곧 하느님을 만나게 한다. 비록 과학이 많은 것을 발견했지만, 우주는 아직 모름 투성이 이다. 대폭발이론(Big Bang)이 우주에 대하여 많은 것을 설명하고 있지만 아직도 멀다. 왜 온도와 밀도가 무한대인 특이점(singularity)이 있어서 빅뱅이 시작되었는지? 이 특이점은 어디서 왔는지?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과학은 아직 충분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이 영역은 하느님 곧 절대자의 영역으로 남겨두어야 할지 싶다.

앞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과학자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특별히 생명 존재 가능성이 있는 외계행성 발견도 주 임무라 하니 사뭇 흥분된다. 어떤 기독교인들은 지구 나이 6,000년 설을 들어 우주 망원경 사진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성경을 들어 지구 이외에는 우주에 생명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는 잘못된 믿음이다. 만일 우주의 어느 행성에 다른 생명체가 발견 된다면 이는 크게 기뻐할 일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전능하신 하느님이시라면 우주 안에 인간과 지구의 생명체 말고도 능히 다른 생명체를 허락하시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우리가 별이다. 서로를 하늘에서 내려온 별로 여기며 사는 삶이 본래 우리의 삶이다.

<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