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쟁적 정책 속도내며 지지층 분열·지지율↓ 위기 돌파시도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 전날인 26일 백악관 코 앞에서 발생한 군인(주방위군) 2명 피격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주요 국정 어젠다에 박차를 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논쟁적 사회 이슈로 자리해온 '이민 장벽 강화'와 '일부 주요 도시 치안을 위한 군 투입'이 그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용의자가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이민자로 확인된 상황, 치안 강화를 위해 수도 워싱턴 DC에 투입된 주방위군이 순찰 중 공격의 표적이 된 이번 사건의 특수성 등을 자신의 두 국정 어젠다 추진에 동력으로 삼으려는 듯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동부시간 27일 오후 6시30분 현재 피격된 주방위군 병사 2명 중 한 명이 사망한 것으로 발표된 가운데 아직 범행 동기를 포함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당일인 26일 밤 대국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워싱턴 DC에 대한 주방위군 500명 추가 투입 방침과 아프간 출신자 이민 심사 중단, 아프간을 포함한 19개 '우려국' 출신자의 영주권 재조사 방침 등 이민 장벽 강화 조치를 전광석화같이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불법체류자 추방을 포함한 반이민 정책과, 워싱턴DC를 포함한 민주당 지지 성향 도시들을 중심으로 한 주방위군 병력의 치안 투입은 반(反) 트럼프 진영의 격렬한 반발을 부른 논쟁적 사안이다.
올해 들어 몇차례 전국적으로 전개된 '노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 때 두 사안에 대한 반대 메시지는 시위 참가자들의 구호에 단골로 등장했다.
결국 '통합 추구'보다는 '분열'과 '분노'를 자극하는 정치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총격 사건 이후 자신의 논쟁적인 일부 정책들에서 반대 목소리를 '정면돌파'하는 길을 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앞으로 반이민 정책을 한층 더 강화하고, 주(州)나 시 정부 민주당 지도부의 반대 속에 속도를 내지 못하던 대도시 군 투입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자신의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동시에, 보수·진보 진영 간 분열은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공개 문제로 인해 지지층 내부의 미세한 균열을 목도하고 있고, 자신의 대대적인 관세 정책과 무관치 않은 물가 상승 압박 등에 따른 국정 지지도 하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논쟁적인 국정 어젠다를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추진함으로써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려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가능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인사들이 이번 백악관 인근 총격 사건 용의자인 라마눌라 라칸왈이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1년 9월 미국 정부 허가 속에 아프간에서 입국한 사실을 강조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느슨했던 이민정책을 집중적으로 맹공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행정부 때 이뤄진 굴욕적인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 사태를 다시 상기하는 한편, 망명 신청자를 포함한 이민자들을 철저한 검증없이 받아들인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이 이번 비극의 배경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정책을 강화하고 민주당 지지 성향 도시들에 대한 주방위군 투입에 속도를 낼 경우 미국 사회의 분열 심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1월 연방 상·하원 의원 등을 새로 뽑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은 첨예한 정치적 대치 국면을 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