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2022-09-21 (수)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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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이 세계를 사로잡았다. 에미상 최초로 비영어권 드라마에서 주연 남우상과 감독상 등 6관왕을 휩쓰는 역사를 장식했다.

이런 한류의 쓰나미가 퍼질 때마다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고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왜 오징어 게임이 외국인들이 열광하는 세계적인 히트작이 되었는가? 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6가지 게임은 세계의 눈으로는 새롭고 신기하게 보였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나오는 게임들을 보면 우리 어린 시절 동네친구들과 했던 게임들이고 운동회나 마을잔치 때 했던 게임들이다. 지금이야 컴퓨터다 게임기다 하면서 혼자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많지만 그 당시에는 그저 동네친구들과 놀던 구슬치기, 딱지치기, 줄다리기 등이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게임이었다. 이런 게임을 외국인들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게임이었기에 오히려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생각된다.


둘째, 이런 한국적인 게임을 통해 냉엄한 적자생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것이다. 가장 순수하고 한국적인 게임이 오징어 게임을 통해서 생존을 위한 게임으로 도입된 것이다. 내가 살기 위해 우리는 누군가를 끊임없이 죽여야 하고 내가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배신하고 낙오시켜야 하는 요즈음 세상. 우정이나 신뢰도 나 자신의 욕망 앞에서는 휴지가 되어버린 현실을 오징어 게임을 통해 생존을 위한 게임으로 등장시킨 것은 ‘신의 한수’였다 할 수 있다. 즉 이색적인 한국의 오징어 게임과 현실 세계의 경제적 불평등과 정신적 파산을 적절하게 대입한 결과 글로벌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았나 본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은 앞으로 세계와 한국을 향해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여야 완성 작품이 될 수 있다. 먼저 세계를 향해서 오징어 게임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해야한다. 우리의 어릴 적 추억이 담겨 있는 오징어 게임의 특징은 ‘함께 하는 게임’이다. 나홀로서기 식 게임이 아니다. 더욱이 상대를 죽이기 위한 게임이 아니라 상대를 살리고 공존하기 위한 게임이다. 따라서 혼자 살아남기 위해 남을 짓밟고 올라간 최후의 자리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다음 후속편에서는 옛날 우리 선조들이 전쟁과 굶주림에 시달리면서도 콩 한쪽이라도 나눈 따뜻한 정이 스며든 오징어 게임의 선한 뜻이 전 세계에 메아리쳐야한다.

두번째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믿음을 간직하여야 한다. 오징어 게임 드라마는 한국에서 투자자를 찾지 못하던 중 대작인 것을 미리 본 넷플릭스의 투자로 만들어진 드라마이다. 가장 한국적인 과거를 우리는 부끄러워하고 다시 돌이켜보기를 망설이는 것 같다. 그러나 전 세계를 감동시킨 이 드라마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이렇듯 오징어 게임의 후속 편이 나온다면 이번에는 한국 투자자가 줄서기를 하여 ‘한류의 게임 체인저’가 되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 넘는 한국인의 자긍심을 보여주어야한다.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K-팝이나 영화 등 한류의 문화 콘텐츠에는 정신적 뿌리가 밑에서 받쳐주고 있다. 그 한류의 정신적 뿌리를 나는 K-Philosophy(철학)라고 부르는데 그것이 바로 ‘정’이다. 즉 한류의 정신적 뿌리는 ‘정’인 것이다. 한류가 퍼지면서 ‘정’의 정신적 가치까지 함께 퍼져서 더 밝고 아름다운 세상이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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