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2022-09-20 (화)
이혜란 / 실버스프링, MD
한국 그로서리점을 다녀오면서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남편에게 계산대로 가서 돈을 내도록 부탁하고 나는 구내식당에 따로 주문한 음식을 가지러 갔다. 두 주에 한 번씩 장을 보다보니 항상 무언가 살 것이 많고 과일, 고기, 채소를 골고루 사다보면 쇼핑 카트는 어느새 수북이 쌓이고 내야하는 돈도 만만치 않다.
나오면서 돈이 많이 나왔다는 남편의 말을 흘려들으며 물건 값이 많이 올라서 그럴거라 하며 서둘러 다른 일들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다녀와서는 장 본 품목을 냉장고와 수납장 제자리에 넣는 일로 바삐 시간을 보내고 거기다 늦어진 점심까지 먹느라 정말 정신없이 지냈다.
저녁이 되어 무심히 들여다본 영수증,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Side Dish- 80.24불이라고 적힌 걸 보고 기가 막혔다. ‘기타 물품이 무엇이길래, 아니 물건 하나가 이렇게 비싸면 밖에 내놓지 말고 금고 속에 넣고 팔아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그들이 실수를 했다고 추측을 하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다음 궁금한 것은 기타 아이템 이라고 쓰고 번호도 없는데 이걸 어떻게 찾아 얼마나 빼고 크레딧을 주느냐가 궁금했다.
다음날 아침 그 곳 사무실에 전화하니 영어를 하는 라티노 직원이 자기가 도와줄 수 있다면서 영수증만 가지고 오라고 했다. 가게에 가니 그는 한 켠에 있는 CCTV를 켜더니 날짜와 시간을 영수증에서 보고 찍어 넣었다. 우리가 보이고 그 앞에 카운터에 물건이 올려져있는 사진이 나온다.
그는 물건 이름이 제대로 찍혀있는 것들부터 하나씩 체크 하더니 납작한 통에 반찬 가격이 4개인데 3번은 6.99불이 찍혀 있고 그 한번 대신에 80.24불이 잘못 찍혀 있다고 설명한다. 스크린에 선명히 보이는 물건과 가격표에 나는 다시 한 번 놀라고 세상은 이렇게 발전하고 현실은 이렇게 변해 가는데 나는 어디를 갔다 이제 돌아왔는가. 그리고 컴퓨터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쓰여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구석기 시대에서 돌아온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나 한 켠에서는 어딘가에서 사진은 계속 찍히고 누군가 나를 항상 지켜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영수증을 쥔 손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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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란 / 실버스프링,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