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김연수 작가의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의 초판이 출간되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작가는 쉰살이 되었고 초판에 있었던 문장들을 꼼꼼하게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예전의 문장들에 새로 쓴 글을 더하여 함께 묶었다. 작가도, 그의 글을 아끼던 독자들도 함께 나이를 먹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그렇듯, 푸르고 젊었던 시절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지나간 시절의 한 때, 우리 곁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이 더 이상 우리 곁에 없음과 그 부재의 시간들을 작가는 이렇게 묘사한다.
“지금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이 세상 분이 아니시다. 그럼에도 문득문득 그분들의 음성이 들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의 영혼은 지금까지 존재했던, 그리고 앞으로 존재할 모든 시간을 지금 이 순간 경험하고 있는 듯 싶다. 우리는 영원히 함께 있는 듯 싶다.:
산다는 일을 한 마디 말로 정의할 수는 없어도 이 세상 누군가가 나와 같은 일을 겪고 그 일을 글로 옮겨 주고 그 문장에서 내가 숨 쉴 공간을 찾을 수 있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을 내가 잘 모르기도 할 때 누군가 적어 놓은 글들에서 이거구나, 느낄 때가 있다.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구나, 그러면서 위로 받는 일.
올 여름은 무척이나 뜨겁고 다습했다. 그러더니 며칠만에 순식간에 하늘이 높아지고 공기의 결이 달라졌다. 더위에 헉헉 거리던 여름의 날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저만치 사라져버린 느낌, 아마도 우리가 보냈던 청춘의 시절들도 그러지 않았을까.
그 때 그 순간들을 지나 갈 때는 아프고 쓰라렸지만 어느새 사라져버린 화려한 여름밤 같은 것. 그 젊은 날의 한 때 작가를 사로 잡은 문장들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아름답고 의미심장하다. 지나온 날을 가슴에 담고 앞으로의 날들에는 더 성숙한 자세로 살아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싶다. 작가가 책의 맨 앞에 적어 놓은 이 문장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