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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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우리글, 우리의 혼

2022-08-01 (월) 나정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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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드라마를 보고 가요를 들으면 어이 없을 때가 많다. 언제 부터인가 노래는 영어를 반쯤 섞어서 부르고 드라마나 영화는 제목부터 영어를 사용하고 극중 대사는 유식한 사람인 양 영어로 말을 하며 거리의 간판이나 상품명이 정체불명의 영어로 도배되고 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부터 영어를 잘 해야 똑똑하다고 칭찬하고 아이들은 빚을 내서라도 해외 어학연수를 갔다와야 기를 펴고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우리말 가사로 되어있는 가곡은 방송에서 조차 가뭄에 콩 나듯 되었고 제대로 말도 못하는 아이들이 ‘트롯’(대중가요라 부르는 것이 옳다)이라 부르는 것을 손뼉 치며 즐기고 있다.

국제화 시대에 역행하는 엉뚱한 소리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말, 우리 글, 우리 문화를 잘 지키지 못한 민족은 쉽게 역사에서 사라진 예를 자주 보게 된다. 중국 주변의 여러 민족과 나라들 중 유일하게 살아 남은 민족은 우리 한민족이다. 그것은 우리말 우리 문화를 지켜 왔기 때문이다.

1443년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훈민정음을 만드시고 3년 후에 반포 하셨다.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와 특권 의식에 젖은 벼슬아치 양반들은 우리 글 창제를 반대 했고 언문이라고 괄시 했다. 쉽게 배워 익힐 수 있는 우리 글은 여인들의 서간문으로 살아 남았다.


일본 제국주의 통치 아래서 ‘조선어 말살’ 의 억압 속에서도 우리 한글은 살아 남았다.
그러나 한글은 많은 상처를 받았다. 일본인들이 사용하던 법률이나 기술 용어들이 우리들의 일상어로 정착 되어 버렸다. 심지어는 일본말 그대로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해방 이후에 어려운 시기를 거치며 우리글 정화의 시기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처럼 쓰여지고 미국의 영향 하에 있는 한국으로써는 또 다시 한글의 수난이 닥쳤다. 선진 문명을 받아 들이기 위해서는 영어 습득과 이해가 필요 할지도 모른다. 오래 써 온 외래어도 긍정적으로 받아 드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말 우리글이 있는데 굳이 영어를 섞어 쓰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한글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우리 글, 우리 말을 정화 시키고 아름답게 지켜가는 것은 우리의 혼을 지켜 가는 길일 것이다.

<나정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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