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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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며 - 뉴욕의 여름

2022-07-29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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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2일 저녁 퀸즈 뉴욕 메츠의 홈구장인 시티필드에서 메츠와 샌디에고 파드레스와의 경기가 열렸다. 이 날, 시합 전에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시작으로 K팝이 연속 울려 퍼지면서 ‘2022 코리안 나잇’ 행사가 열렸다. 오랜만에 가본 시티 필드에서 코로나19로 지난 3년간 억눌렸던 뉴요커들의 흥겨움이 폭발한 장면을 보았다.

샌디에고 선발 다르빗슈 유가 워낙 잘 던지니 홈팀인 메츠는 경기를 잘 풀어가지 못했다. 다소 지루한 경기에 관심을 끊고 경기장 내부의 바와 식당에서 먹고 마시고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큰소리로 웃고 떠드는 그들은 모두 이제야 숨통이 트인다는 표정이었다.

관객들 대부분이 메츠 로고 모자에 간판 타자 피트 알론스, 토마스 니도, 루이스 기요르메 이름이 새겨진 셔츠를 입고 “렛츠 고 메츠!”를 외쳤는데 비록 22일 경기에는 1대4로 졌지만 24일에는 메츠가 샌디에고를 8대5로 이겼다.


시합을 앞두고 롱아일랜드 기차역에서, 7번 윌렛 포인츠 전철역에서 밀물처럼 쏟아지던 메츠 팬이 4만2,000여 석을 거의 메웠다. 전철역에 서있는 20대 남녀 티셔츠 등판에 메츠의 영구결번 31번 포수 마이크 피아자의 이름이 써있는 것도 여러 번 보였다. ‘ 아, 저들은 부모의 티셔츠를 입고 왔나 보다.‘ 할 정도로 2000년대초 양키스와 메츠가 잘 나가던 시절의 향수도 느끼게 해주었다.

27일에는 뉴욕한국문화원이 링컨센터와 공동주최한 한국 인디밴드 공연 ‘K 인디뮤직 나잇’을 보러갔다. ‘안녕바다’와 ‘잔나비’ 두 팀이 뉴욕한인들, 유학생들, 타인종 수천 명이 모인 댐로시 팍 야외공연장 무대에 섰다.

링컨센터는 작년 7월 처음으로 한국 록의 선두주자 한대수 초청 K팝 공연을 했고 올해는 인디밴드의 대표주자들을 초청했다. 인디(Independent)는 독립의 준말로 소자본에 자신의 힘만으로 앨범 제작, 홍보를 하며 자신만의 독창적 음악을 한다.

대한민국 대표 모던 록 밴드 안녕바다가 ‘별빛이 내린다’를 부르자 청중은 ‘샤라랄라랄랄라’를 손을 흔들며 따라했다. 안녕바다는 “우리들 꿈의 무대다. 마법같은 시간” 이라 말하며 음악성 짙은 노래들을 들려주었다.

잔나비는 최정훈(리더, 보컬), 김도형(기타), 장경준(베이스) 3인조로 구성된 그룹으로 멤버 모두 1992년생 원숭이띠라는 데서 착안해 ‘잔나비’ 라 이름을 붙였다. 홍대클럽에서 시작해 버스킹, 지방 축제 등 20명이상 모여 불러주는 곳은 어디든 찾아가는 ‘배달왕 잔나비’ 시절을 6년 정도 보내고 이름을 얻었다.

한때 루머로 인해 최정훈은 녹화된 방송이 통편집 당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꿋꿋이 버텨내며 음악을 계속 했고 진심을 담은 노래들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이 날은 시적 감성이 충만한 발라드는 몇 곡 하지 않았지만 청중들과 함께 점프하고 춤추고 소리 지르며 청중들을 열광시켰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 적막 속에 쌓인 메츠구장 앞을 지나면서, 불꺼진 브로드웨이 극장 앞을 지나면서 참 우울했었다. 그런데 장기간의 칩거생활을 벗어나 경기장이나 공연장이 활기를 띄고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뉴욕에 젊음이 돌아온 듯 생동감이 충만하다.

물론 경기장과 콘서트에 인파가 몰리면 그만큼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 뜨거운 여름, 뉴욕 곳곳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축제를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백신/부스터 샷 접종을 하고 필요시 마스크와 세정제를 사용하면서 이 신나는 여름 축제에 참가해 보자.

좋은 공연들을 보고 나면 코로나19의 상처를 다소 보상받은 느낌이 든다. 사람들이 “이번 여름, 내셔널 리그 동부지구 선두를 유지한 메츠가 나를 살려주었네.”, “ 잔나비 공연이 이 여름을 행복하게 만들었네.” 하고 말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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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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