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한인들은 1992년 발생한 4.29 LA폭동 이후 한인들의 정치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이민의 역사가 깊지 않은 재미한인들은 정치력 신장을 위한 방법으로 풀뿌리 운동을 전개해왔다. 이 운동은 한인들도 미국 주류 정치에 관심을 갖고, 우선 내가 살고 있는 우리 타운 정치에서부터 직접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풀뿌리 운동의 첫 번째 단계는 한인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역 정치인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다. 둘째 단계는 지역 정치인들과의 정치적 모임, 예를 들면 타운 홀 미팅 같은 것에 적극 참여하여 한인들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셋째 단계는 한인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지역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 후원도 하고 표를 몰아주어 선출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넷째 단계는 한인들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자를 선출하고 가능하면 한인 대표자를 뽑는 것이다. 즉, 한인 대표자 선출이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을 위한 풀뿌리 운동의 궁극적 목적이다. 지난 30년 간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을 위한 풀뿌리 운동의 결과 현재 4명의 미 연방하원의원을 비롯하여 50여 명의 선출직 공무원들이 활동 중이다.
뉴멕시코한인회(회장 윤태자)가 이러한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을 위한 풀뿌리 운동에 관심을 갖고, 지난 수년 간 한인회의 지속적인 사업으로 해왔다고 하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왜냐하면 뉴멕시코주 한인들의 여건을 보면 이러한 풀뿌리 운동이 쉽지 않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뉴멕시코주의 전체 면적은 31만5,194 km²로 한반도의 1.4배이고 남한의 3.1배 이상 되는, 미국에서 알래스카, 텍사스, 캘리포니아, 몬태나 주 다음으로 다섯 번째로 큰 주다. 또 뉴멕시코주의 인구는 2020년 현재 210만 명으로 미국 50개 중에서 17번째지만 인구밀도는 45번째로 낮다. 뉴멕시코의 주청은 산타페에 있지만 가장 큰 도시는 앨버커키로 인구는 56만 명이다.
LA총영사관에서 파악한 바로 뉴멕시코주의 한인들은 주로 앨버커키에 모여 살고 있으며 대략 4,800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뉴멕시코주 한인은 주 전체 인구의 0.2%에 해당하고, 앨버커키 인구의 0.8%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뉴멕시코주 한인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한인들이 어느 한 지역에 집중해서 거주하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인구집중 정도가 중요한 관건인 풀뿌리 운동을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멕시코한인회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한인들의 풀뿌리 운동을 해왔다. 즉, 당장의 한인 정치인 배출보다는 한인 2세들의 정체성 확립을 통한 정치력 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뉴멕시코한인회는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의 정체성 강화에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재미한인의 이민역사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해왔다.
뉴멕시코한인회는 그동안 3회에 걸친 풀뿌리 운동과 관련한 전문가 초청 강연회를 통해 이러한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왔으며, 이민역사교육의 중요성을 실천하기 위해 오는 7월초에 ‘뉴멕시코 한인이민사 디지털 기록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뉴멕시코한인회의 회원 및 지역 한인들이 직접 참여하여 뉴멕시코 한인이민사를 발굴하고 자료를 수집하여 디지털 아카이브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뉴멕시코주 한인이민사 디지털 아카이브는 일반에 공개되어 주류 사회에 뉴멕시코주 한인들의 이민역사를 알리고 자라라는 한인 2세들에게는 정체성을 확립시켜주는 기초 교육 자료가 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한인이민사 디지털 아카이브는 한인들의 정치력을 향상시켜주는 풀뿌리 운동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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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