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칼날의 양면’(Both Sides of the Blade) ★★★★ (5개 만점)
▶ 사랑과 욕망… 질투와 후회 섞인 스릴러 분위기 드는 심리 드라마
장과 사라가 햇볕이 쏟아지는 바다에서 사랑의 유희를 즐기고 있다.
클레어 드니의 영화는 여백이 있고 애매모호하다. 보는 사람에게 영화의 전개를 숙제처럼 맡겨 놓는다. 당신이 잘 알아서 내 얘기를 풀어 보세요라는 듯이. 파리 부르좌 중년남녀의 3각 관계와 인간 관계 그리고 정열적으로 맺어진 남녀 간 근접함의 어두운 측면을 고찰한 이 영화도 마찬 가지다. 영화가 끝났는데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같다.
사랑과 욕망과 열정 그리고 질투와 후회가 뒤엉킨 결혼 드라마이자 스릴러 분위기마저 지닌 심리 드라마인데 굴곡이 진 내용이 보는 사람의 심리를 조작하면서 궁금증과 관심을 고조시킨다. 과연 두 사람을 동시에 진실하게 사랑할 수 있는지를 여주인공을 통해 묻고 있다.
영화는 처음에 햇볕이 내려 쬐는 한적한 바다에서 두 중년남녀 사라(쥘리엣 비노쉬)와 장(뱅상 랭동)이 사랑의 희롱을 즐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아름다운 사랑의 장면은 관계의 흔적을 지워버리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끝난다. 사라와 장은 10년간을 함께 살고 있는데 여전히 정열적으로 서로를 사랑한다.
파리 시내 아파트 꼭대기 층에 사는 사라는 라디오 토크쇼의 호스트인데 전과자인 장은 아직 직업이 없다. 전직 프로 럭비선수인 장에게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15세난 흑인 아들 마르퀴스(이사 페리카)가 있는데 마르퀴스는 장의 어머니 넬리(뷜르 오지에)와 함께 살고 있다. 장은 용돈을 사라와 넬리로 부터 받아쓰는 신세.
사라는 장을 만나기 전에 장의 친구요 동업자였던 프랑솨(그레과르 콜랭)와 살고 있었는데 장을 만나면서 프랑솨를 떠났다. 어느 날 사라가 직장에 출근하던 중 우연히 프랑솨를 목격하면서 사라의 내면 깊숙이 잠자던 프랑솨에 대한 사랑과 욕망이 용트림을 치게 된다. 그리고 프랑솨가 장에게 자기가 새로 세운 스포츠 선수를 고르고 대표하는 회사에서 함께 일하자고 접근하면서 사라를 둘러싼 장과 프랑솨의 3각관계가 형성된다.
역설적이라고 할 것은 장이 거의 자의적으로 프랑솨를 자신과 사라와의 관계 안으로 받아들이는 점이다. 그리고 프랑솨는 자기가 아직도 사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힘을 발휘하면서 사라를 희롱하듯이 조종한다. 프랑솨가 이렇게 사라와 장의 삶 속으로 파고들면서 사라와 장의 평온한 것 같았던 관계가 상처를 입으면서 둘 사이에 갈등과 싸움과 질투와 화해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사라와 프랑솨의 관계는 사라와 장과의 관계만큼 진하고 뚜렷하게 묘사되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사라가 프랑솨에게 품고 있는 욕망과 사랑으로 인해 갈등하는 모습은 비노쉬의 섬세한 연기에 의해 절실히 묘사된다.
도시인들의 인간적 관계와 사랑과 행복의 양면성과 취약성을 파헤친 드라마로 비노쉬와 함께 단단한 체구의 랭동이 남성적인 것 안에 잠복해있는 민감한 감정적인 면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유난히 클로스업이 많은 카메라가 배우들의 다변한 표정의 얼굴들을 뚜렷이 커다랗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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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