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긴장감 넘치는 교도소 탈출 드라마
2022-06-24 (금)
박흥진 편집위원
▶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구멍’(Le Trou) ★★★★½ (5개 만점)
롤랑이 하수구의 벽을 뚫으면서 시멘트 조각들을 나르고 있다.
프랑스의 명장 자크 베케가 1960년에 만든 흑백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긴장감 팽팽한 교도소 탈출 드라마다. 베케는 5명의 탈출을 시도하는 미결수들 역에 주로 비 배우들을 썼는데 영화 처음에 카메라를 향해 “이것은 내 친구 자크 베케가 내 실화를 영화로 만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실제 탈출을 기도한 롤랑 다르방이다.
1947년. 파리의 상테 교도소. 터프 가이들인 중범 자 미결수 롤랑(장 케로디)과 마뉘 보렐리(필립 르로이) 그리고 별명이 ‘각하’인 보슬링(레이몽 뫼니에)과 제오 카신(미셸 콩스탕팅) 등이 수감된 비좁은 감방에 아내 살해 미수로 기소된 젊은 클로드 가스파르(마르크 미셸)가 합류한다. 롤랑 등은 그 때 탈옥을 기도하던 중이어서 마지못해 클로드에게 그 계획을 말하자 클로드도 하께 탈출하겠다고 말한다.
롤랑 등은 먼저 나무로 된 감방 바닥의 일부를 뜯어낸 뒤 침대의 철제 골조를 뜯어 망치로 사용해 나무 바닥 밑의 시멘트를 뚫기 시작한다. 마침 이들이 있는 동이 공사 중이어서 망치로 시멘트 바닥을 강타하는 소리를 막아준다. 영화는 전연 음악 없이 실제 소리만을 써 사실감이 극에 이른다. 시멘트 바닥이 뚫리면서 롤랑과 마뉘는 좁은 통로를 기어 쇠창살을 끌로 자르고 넓은 지하 공간으로 진출한다. 그리고 사제 열쇠로 문을 열고 하수구로 내려간다. 이제 마지막 남은 공사는 하수구의 시멘트벽을 뚫고 외부 세계로 나가는 것.
마침내 벽이 뚫리고 이제 남은 것은 야반 탈출뿐이다. 롤랑 등은 정장에 타이를 매고 구두를 닦아 신은 뒤 담요를 뒤집어쓰고 자는 척한다. 순찰이 끝나면 탈옥할 예정이다. 그런데 교도소장이 클로드를 불러 클로드의 아내가 소를 취하해 얼마 안 있어 출소할 수 있다고 통보하면서 일행의 탈출 시도에 난관이 생긴다. 과연 클로드는 동료들의 탈출 계획을 고발할 것인가 아니면 동료애를 지킬 것인가.
남자들의 탈출을 시도하는 일거수일투족과 지극히 세밀한 부분에까지도 정확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뚜렷한 영화로 대부분 협소한 공간에서 진행돼 그 협소감에 호흡하기가 힘들 정도다. 베케는 마뉘의 단단한 근육질의 벗은 상반신처럼 군더더기를 일체 배제하고 사나이들의 강인하고 치열한 탈출 시도를 물고 늘어지듯이 묘사, 보노라면 괴로울 정도로 고단함을 느끼게 된다. 프랑스 갱영화의 거장 장-피에르 멜빌이 “사상 가장 위대한 프랑스영화”라고 칭찬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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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