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 ‘워처’(Watcher) ★★★½ (5개 만점)
▶ 시종일관 음침하면서 한기가 느껴지는 분위기 속에서 내면 연기를 티내지 않고 얼굴과 눈길로 섬세하게 표현
줄리가 자기를 엿보고 미행하는 남자의 뒤를 따르면서 그를 엿보고 있다.
시종일관 공포와 의문에 싸여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스타일 멋진 심리 스릴러로 히치콕의 ‘이창’을 생각나게 한다. 엿보는 남자와 이 남자에 의해 엿보임을 당하는 여자가 주인공들로 관객은 이 두 사람과 함께 스크린을 통해 또 다른 하나의 엿보는 사람이 되어 초조와 불안 그리고 궁금증에 시달리면서 ‘피핑 탐’의 야릇한 자극적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영화가 이런 종류의 얘기를 다룬 장르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신선한 것은 거의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과연 여인이 지적하는 자기를 엿보면서 뒤 따르는 남자가 진짜로 흉측한 괴물인지를 알쏭달쏭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여자의 심리상태를 의심하게 만든다.
시종일관 음침하고 한기가 느껴지는 분위기 속에서 서서히 진행되던 얘기는 마지막에 가서 충격적으로 끝이 나는데 이런 결말이 있기 전까지 폭력이나 유혈이 없는 것도 새롭다고 하겠다.
신혼부부인 프란시스(칼 글루스만)와 줄리(마이카 몬로)는 남편의 새 직장을 위해 루마니아의 부크레슈티로 이사 온다. 프란시스는 루마니아어를 할 줄 아나배우인 줄리는 언어소통이 안 된다. 프린시스는 광고회사의 간부로 발탁이 되어 이 곳에 온 것. 넓고 깨끗한 아파트로 와서 줄리가 창문을 통해 밖을 보니 건너편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한 남자(번 고만)가 자기를 엿보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줄리는 그렇지 않아도 고독과 소외감에 시달리는데 건너편 아파트의 남자가 자기를 계속해 엿보는 것으로 인해 공포감에 불안해 죽을 지경이다.
줄리는 할 일이 없어 시내 구경을 갔다가 식료품점에 들리는데 자기를 엿보는 남자가 거기까지 따라왔음을 발견한다. 마침 부크레슈티에는 젊은 여자만 골라 칼로 목을 베어 죽이는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 줄리는 극도의 공포에 시달린다. 줄리가 남편에게 이 남자에 대해 얘기를 해 경찰에 신고하나 별 효과가 없다. 그 뒤로 얼마 있다 오히려 이 남자가 경찰과 함께 줄리를 찾아와 자기를 신고한 것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줄리는 자기를 엿보는 남자를 바라보면서 엿보는 여자가 되고 또 아 남자를 미행하면서 스토커가 되는데 프란시스에게 계속해 자신의 불안과 공포를 얘기해도 남편은 줄리가 낯선 곳에 와서 고독감에 시달리다 과대망상적인 생각을 한다고 나무라기까지 한다. 그 누구도 줄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중에 줄리에게 위안을 주는 여자가 이웃 아파트에 사는 스트리퍼 이리나(마달리나 아네아). 그런데 이리나가 얼마 후 실종된다. 끝에 가서 그 때까지 안 보여주던 피가 튀는데 끔찍하다.
이 영화로 데뷔한 여류 감독 클로에 오쿠노의 서두르지 않고 긴장감과 공포를 이어가는 솜씨와 검소한 촬영도 좋다. 뛰어난 것은 몬로의 연기다. 불안과 공포와 의문에 시달리는 내면 연기를 티내지 않고 얼굴과 눈길 표정으로 마치 X-레이로 보여주듯이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관람등급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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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