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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죽음, 영원한 미에 대한 감정의 대결 그려

2022-05-27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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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니스에서의 죽음’(Death in Venice) ★★★★½ (5개 만점)

존재와 죽음, 영원한 미에 대한 감정의 대결 그려

작곡가 아쉔바하가 미소년 타지오(왼쪽)를 동경의 눈길로 응시하고 있다.

노벨 문학상을 탄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존재와 죽음, 미와 부식 그리고 영원한 미에 대한 동경과 이성과 감정의 대결을 그린 심미적이요 철학적이며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명장 루키노 비스콘티의 1971년도 작품으로 연기와 촬영과 음악과 의상 등이 다 준수한 명품이다.

고독하고 침울하며 극기적인 작곡가 구스타프 폰 아쉔바하(더크 보가드)는 건강과 함께 작곡의 영감을 되살리기 위해 베니스의 리도 섬에 도착한다. 아쉔바하는 극단적으로 내면을 통제하고 살아와 자신을 정열의 불감증자로 여기게끔 되었다. 만의 소설에서는 아쉔바하가 작가인데 영화에선 음악가로 나온다. 만은 아쉔바하를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를 모델로 구상했다는 설이 있다.

극기적인 아쉔바하가 폴란드에서 어머니(실바나 망가노)와 함께 베니스에 온 14세난 미소년 타지오(뵈른 안드레센)를 보고 깊은 동경에 빠진다. 아쉔바하의 타지오에 대한 집념은 예술가의 이상적 미에 대한 집념을 상징한다.


아쉔바하는 고전미를 지닌 아폴로신의 현신과도 같은 타지오로 인해 지금까지 가슴 속 깊이 묻혀있던 감정의 해일이 솟구치면서 아폴로적인 이성과 디오니소스적인 감정이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영원한 아름다움을 발견한 아쉔바하는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면서 행복감에 젖으면서도 그 것을 소유할 수 없다는 고뇌에 시달린다.

한편 베니스에 콜레라가 창궐하면서 베니스와 함께 아쉔바하도 서서히 부식하는데 그가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으로 바라다보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타지오의 실루엣은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절대미라고 하겠다.

시각적으로 장식이 화려한 영화로 보가드의 연기가 완벽하다. 그는 타지오를 바라보면서 동경과 집념을 억제하느라 고통 하는데 그 같은 고통 속에서도 희열의 엷은 미소를 짓는 모습이 거의 처절할 지경이다. 무기력할 정도로 강력한 연기다.

영화에서 말러의 교향곡이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그의 제5번 교향곡 중 짧은 제4악장 아다지에토가 장면을 아름답게 애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3번 교향곡도 적절히 사용되고 있다. 음악을 들으면 아쉔바하가 말러와 동일인으로 느껴지는데 분장한 보가드의 얼굴이 말러를 닮아 이런 느낌이 더욱 강렬하다. 아카데미 의상상 후보작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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