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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EF 가입과 공급망 안정화

2022-05-20 (금)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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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금요일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또 다음 주 일본에서 개최될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킬 것으로 알려져있다. 중국 견제가 주목적인 IPEF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했지만 싱가포르와 필리핀을 제외하곤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IPEF 출범을 올해 최대 대외 정책으로 구상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목을 잡았다. IPEF는 중국을 제외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무역, 공급망 안정, 탈탄소·인프라, 조세·반부패 등 4가지 분야를 논의하는 다자 협의체다.

지난해 연말에 미 상무장관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아시아 국가들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면서 IPEF를 설명했지만 딱히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공급망 안정성 회복에는 관심이 가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제시하는 구체적 대책은 없었다. 아세안 국가들이 IPEF를 관망할 뿐 참여를 주저하는 것은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크고 뚜렷한 상황에서 자칫 IPEF가 제2의 아태경제협력체(APEC)가 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의 핵심인 시장 개방 내용이 포함돼있지 않은 것에 실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과 이미 수준 높은 FTA를 발효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IPEF를 공급망 안정화와 지역경제 통합 기제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이 첨단 분야에 대해 중국과 갈라서기(전략적 디커플링)로 결정했고, 세계무역기구(WTO)가 무력화된 현 상황에서 새로운 국제 통상 질서를 확립하는 데 우리나라는 IPEF에 적극 참여해야한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우선 윤석열 정부가 막 출범했고 우리나라의 대외 정책이 한미 동맹 강화로 바뀌고 있는 시점에 미국 대통령의 방한은 대외 정책 변화의 시너지를 확대시킬 것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 강화 확인은 한반도 안보 환경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다음으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다. 2019년 7월 일본은 수출 규제를 단행하고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자동 수출허가 국가)에서 제외시키면서 대화의 창을 닫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일 관계 정상화를 요청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누적된 현안이 많아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일 관계는 한미일 동맹 체제의 한 축이므로 무엇보다 미국이 조기 정상화를 원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어 일본을 방문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일 동맹 체제 복원을 아시아 순방의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

셋째,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외 통상 환경 악화로 인한 공급망 교란에 대해 한미 협력을 논의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기업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적극 협력해왔다. 수출 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보다 공급망 교란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이런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미국과 공급망 안정화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다. 글로벌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경제가 퍼펙트 스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강하다. 스리랑카·파키스탄·아르헨티나·터키 등은 국가 부도를 선언했거나 부도 직전 상황이고 러시아의 침략으로 에너지와 곡물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다. 미국과 달러 스와프 협정이 있다면 튼튼한 방파제가 될 것이다. 그동안 어색한 한미 관계로 말도 꺼내지 못했던 통화 스와프 체결을 이번에 미국에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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