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단속·추방 정책 실상
▶ 사상 최고 6만5천여 명 구금
▶ “중범죄자 우선 추적” 불구
▶ 범죄 전력없는 이민자 ‘절반’
올들어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체포돼 연방 구치시설에 수감된 이민자수가 6만5,000명 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특히 비범죄 이민자 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무려 2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대규모 이민 단속 및 추방 정책의 범위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대됐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ICE가 연방의회 요구에 따라 공개한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 11월16일 기준 전국의 ICE 이민구치소 시설들에 구금된 인원은 총 6만5,135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CBS 뉴스가 보도했다. 이같은 수치는 2003년 ICE 설립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이 가운데 범죄 혐의나 전과가 전혀 없이 단순 체류신분 위반으로 잡힌 비범죄자(immigration violators)가 3만986명(48%)으로 전체 수감자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ICE가 공개적으로 이 같은 수치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반면 범죄로 유죄를 받은 기록이 있는 범죄전력자(convicted criminal)는 1만7,171명(26%), 범죄 혐의로 체포돼 구금된 이민자(pending criminal charges)는 1만6,978명(26%)으로 각각 집계됐다. ICE는 이들 범죄 혐의·전과자의 범죄 유형이나 중대성은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이같은 급증세는 ICE가 직접 체포한 구금자를 기준으로 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트럼프 2기 출범 직후인 지난 1월26일 945명이었던 비범죄 구금자는 11월16일에는 2만1,194명으로 무려 2,143%나 폭증했다. 트럼프 2기 정부 하에서 2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ICE 직접 체포자들 가운데 범죄전력자 구금은 73%, 범죄 혐의자는 226% 증가한데 그쳤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중범죄자 중심 이민 단속’ 기조와는 달리 단순 체류신분 위반 비범죄 이민자들을 대규모로 체포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CBS는 지적했다. 또한 지난 9월 말 이후 처음으로 비범죄자 구금 숫자가 범죄전력자를 넘어서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 기간 비범죄자 구금은 약 33% 증가했지만, 범죄전력자 구금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악 중 최악’으로 간주되는 범죄자를 대상으로 추방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통계적으로는 범죄 이력이 없는 단순 불법체류 이유로 구금되는 이들이 훨씬 더 늘고 있다는 것이다.
ICE 구금자에는 ICE가 LA 등 미 전역 커뮤니티에서 직접 체포한 이민자들 뿐 아니라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 산하 국경순찰대로부터 이송된 이민자들도 포함된다. 특히 CBP 체포자는 미국 거주 기간이 짧아 범죄 이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트리샤 맥래플린 연방 국토안보부(DHS)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행정부는 살인범, 강간범, 갱단 조직원, 아동 성범죄자, 테러리스트 등 ‘최악의 범죄자’들을 우선적으로 추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ICE 체포자의 70%가 범죄 혐의 또는 전과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해당 기간이나 세부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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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