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학생 한국어 말하기대회 참관 후기

2022-05-13 (금)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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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대학생 한국어 말하기대회’를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워싱턴 DC 지역을 중심으로 11개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25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그 가운데 비 한인 학생들도 많았다. 그 만큼 한국어의 중요성이 비 한인들에게도 인식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대회는 수준별로 나누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는데 학생들의 한국어 구사 능력과 발표 내용이 훌륭했다.

올해가 첫 대회라고 하는데 참가 학생들뿐 아니라 후원해준 여러 대학들과 기관에 감사드린다. 당일 학생들이 발표한 내용들을 모두 소개하고 싶지만 지면 제한으로 인해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 중 고급수준 그룹에서 금상과 은상을 받은 수상자의 발표 내용을 학생들의 허락을 받아 일부 발췌해 소개한다.

금상 수상자는 전체 대상도 받았는데 아프리카 출신 부모를 둔 조지메이슨 대학의 파티마 술탄이라는 학생이었다. ‘외국어를 배울 때 정확성보다는 유창성이 중요하다’라는 제목의 발표에 아래의 내용이 포함되어있었다. 미국에 살면서 영어를 배우는 한인들도 귀담아 들어야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이야기하면 충분할 뿐, 잘 알려져있지 않은 어휘와 문법까지 꼭 알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언어의 ‘정확도’와 ‘유창함’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어라는 외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로서 나는 정확도보다 유창함이 더 중요한 이유 두 가지를 나누고 싶다. 첫째,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생각과 일상생활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외국어 학습의 목표이다. 꼭 완벽하고 정확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일상생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 교과서적인 한국어 사용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정확하고 완벽한 언어 능력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외국어를 공부할 때 그 중압감에 압도되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결국 그 언어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은상은 미국 태생의 버지니아 주립대학의 ‘류지원’ 한인 학생이 받았다. 대학 졸업 후 의대에 진학하고 싶다는 그 학생은 ‘하나의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죽음’이라는 제목 하에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아버지는 작년 1월에 간암이 재발했다. 서둘러 이식을 해야한다고 했다. 다행히 내가 아버지와 조직이 맞아서 간이식 공여를 할 수 있었다. 친구들은 여행도 가고 신나게 보내는 여름방학 동안에 나는 준비와 수술, 그리고 회복을 위해서 몇 달 동안 병원에 다니고 입원도 했다. 미국에서는 장기기증이 대부분 사후에 이루어지고 있다. 한 사람의 사후 기증이 8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이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 장기 기증에 대한 대화를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 이 대화를 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나? 아니다. 이 대화는 오늘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우리의 마지막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피하지 말자. 그리고 미루지도 말자. 깊은 고민 후에 기증자가 되어주기 바란다.”

위와 같은 높은 수준의 발표를 미국 태생의 학생들이 한국어로 할 수 있다는 게 놀랍고 자랑스러웠다. 그들을 가르친 교수들에게도 축하를 드린다.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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