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진의 영화이야기] 순박한 남녀의 사랑을 마법적으로 그린 시적 영화
2022-05-13 (금)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편집위원
▶ ‘라탈랑트’(L’Atalante) ★★★★½ (5개 만점)
장과 쥘리엣이 거룻배 라탈랑트 위에서 신혼부부의 사랑을 나누고 있다.
꿈꾸듯이 몽롱한 분위기 속에 순박한 두 남녀의 사랑을 아름답고 시적이며 또 부드럽고 마법적으로 그린 로맨틱한 사랑의 이야기다. 영화가 개봉된 해인 1934년 29세에 결핵으로 요절한 프랑스의 장 비고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이자 유작이다.
‘라탈랑트’는 거룻배 이름으로 영화는 이 배의 젊은 선장인 장(장 다스테)과 아름다운 시골 처녀 쥘리엣(디타 팔로)의 결혼식 장면으로 시작된다. 쥘리엣은 장과 함께 거룻배를 타고 강과 운하를 지나며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고 또 자신도 재발견한다.
거룻배에는 장외에도 심술첨지 노 선원 페르 쥘르(프랑스의 베테런 배우 미셸 시몽)와 심부름꾼 소년이 타고 있는데 쥘리엣은 성격이 다채로운 페르 쥘르와 친해진다. 그런데 바깥 세상구경을 한 번도 못한 쥘리엣은 파리를 구경하고파 안달이 났다.
하루는 장이 쥘리엣을 데리고 한 마을의 카바레에 들르는데 여기서 쥘리엣이 자기에게 은근짜를 놓는 행상과 춤을 추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장은 질투와 분에 못 견뎌 쥘리엣을 혼자 배에 남겨놓고 떠나버린다. 그러나 장은 다시 배에 돌아오는데 이번에는 줄리엣이 심술이 잔뜩 난 장을 배에 남겨놓고 파리구경을 하려고 몰래 배를 빠져 나온다.
화가 난 장은 배를 몰아 떠나고 뒤늦게 돌아온 쥘리엣은 배가 없어진 것을 발견,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된다. 그리고 서로 헤어진 두 사람은 불안에 몸부림치고 잠 못 이루며 상대방을 그리워한다. 장이 너무 괴로워하자 페르 쥘르는 자신이 쥘리엣을 찾으러나서 르 아브르의 한 레코드 가게에 점원으로 취직한 쥘리엣을 찾아내 배로 데려온다. 장과 쥘리엣의 가슴 찡한 화해의 모습이 지극히 아름답다.
독창적이요 감정의 깊이를 지닌 영화로 자욱한 안개 속의 거룻배와 밤의 강변의 흘러가는 풍경을 찍은 촬영(보리스 카우프만)이 참으로 현혹적이다. 특히 쥘리엣을 잃어버린 장이 “물속에서 눈을 뜨면 연인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라고 한 쥘리엣의 말대로 아내의 이미지를 찾아 물속으로 뛰어들자 물 위에 결혼 드레스를 입고 미소 짓는 쥘리엣이 나타나는 장면은 비고가 얼마나 아름다운 시적 이미지의 소유자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스타일과 분위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이 영화는 단순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으로부터 엮어낸 한 편의 시다. 모리스 조베르 음악도 아름답다.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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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