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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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죽지않는다

2022-05-07 (토) 채수호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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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스트’지의 제호 밑에는 언제나 4개의 단어가 함께 찍혀 나온다. ‘Democracy Dies in Darkness 민주주의는 암흑 속에 죽는다’ 이 말은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한마디로 웅변하고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며 제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말로 언론의 중차대함을 역설하였다.

언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신문이다. 대량으로 신문을 인쇄할 수 있는 인쇄기술이 도입된 19세기, 전기통신 기술의 발명과 문맹율의 저하는 신문구독에 대한 대중적 욕구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광고지면 판매와 우편요금의 할인 혜택은 신문구독료의 대폭 할인을 가능케 하여 더욱 더 많은 구독 수요를 촉발시켰다. 20세기 중반에 등장한 라디오와 텔레비전은 신문이 하던 역할을 일정부분 잠식하였으나 인쇄매체가 갖는 기록성과 활자화된 기사의 신뢰도 면에서 신문에 비해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터넷의 보급은 대부분의 신문사들을 전례없는 심각한 위기와 도전에 직면케 하고 있다. 독자수의 급감과 광고수입의 감소는 신문사의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그에 따른 대량해고와 취재비용 삭감은 뉴스 품질에도 영향을 미쳐 구독자 수를 더욱 감소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대의 흐름을 재빠르게 파악하지 못하고 과거의 운영방식을 답습하던 수많은 신문사들이 문을 닫아야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신문사들이 있다. 아칸사 주 최대의 일간지인 ‘디모크래틱 가제트(Democratic Gazette)’는 2020년 1월부터 일요일을 제외한 전 요일의 종이신문 발행을 중지하였다. 대신 모든 구독자에게 ‘아이패드(iPad)’를 무료로 나눠주고 온라인으로 신문기사를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급작스러운 변화에 대부분의 구독자들은 처음 시큰둥하고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의 반발이 컸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디지털 신문은 거의 모든 구독자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도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 케이스로 이미 온라인 구독료 수입이 종이신문의 구독료를 크게 초과하고 있다고 한다.

아칸사 주 출신인 맥아더 장군은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져 갈 뿐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의 말은 신문의 운명에도 해당되는 것 같다. ‘신문은 죽지 않는다. 다만 종이신문이 사라져갈 뿐이다.’

<채수호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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