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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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용의 지혜

2022-04-23 (토) 이규성 / 워싱톤복지상조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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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물건을 살 때 쓸모있는 것만을 사려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쓸모가 없는 물건에 대해서는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아예 관심도 없다. 이러한 인간의 속은 장자의 ‘인간세편’에 실려있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의 이야기를 생각하게 한다.

장자가 산길을 가는데 잎이 무성한 나무를 보고도 나무꾼이 베지 않자 이 나무는 왜 베지 않느냐고 물었다. 나무꾼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장자는 쓸모없다는 이유로 이 나무는 타고난 수명대로 오래 살 수 있듯이 쓸모가 없어 보여도 실상은 쓸모가 있음을 알아야한다고 하였다. 오래된 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더 오래 살게 되는 것은 그 나무가 베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용지용이란 아무 쓸모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물건이 오히려 큰 구실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 속담에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라는 말처럼 반듯하게 자란 나무들은 재목으로 쓰이기 위해 베어져 나갔지만 못생긴 소나무들은 그 자리에 서서 제 수명을 다할 때까지 선산을 지키면서 남아있는 것이 바로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습관적으로 쓸모없는 물건이나 쓰레기를 버리곤 한다. 이렇게 우리가 생각 없이 버리는 쓰레기는 얼마나 될까? 미국 인구는 전 세계의 5%이지만 이들이 버리는 쓰레기의 양은 전 세계 쓰레기의 30%를 차지한다고 한다. 버려지는 쓰레기의 절반은 재활용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중에는 3개월마다 상업용 항공기 한 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양의 알루미늄도 버려진다고 한다.

사람들은 쓸모 있는 것의 가치는 알고 있으나 쓸모없는 것의 가치나 용도는 아예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행스러운 것은 과학자들이 무용지용의 지혜를 우리의 실생활에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자연과 자원을 보호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명 업체들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의 미래 가치를 눈여겨보고 관련 비즈니스에 나서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음식물 쓰레기의 경우 95%를 퇴비, 사료, 메탄가스, 또는 고체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또 과학자들은 가정에서 음식 재료로 널리 쓰이는 양파껍질의 쓸모를 알아내었다. 양파껍질의 성분인 퀘르세틴(Quercetin)이 피를 맑게 하고 혈전을 녹여주며,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내어 건강식품으로서의 가치를 알게 해준 것 등은 무용지용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쓸모없던 것의 쓸모를 아는 지혜, 그리고 그것을 알려고 하는 노력은 소비 만능시대에 사는 우리가 모두 마음에 꼭 새겨두어야 할 지혜임을 믿는다.

<이규성 / 워싱톤복지상조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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