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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며 - 전쟁 엑소더스

2022-04-22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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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Exodus)는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하는 탈출, 대이동으로 풀이된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탈출한 내용을 다룬 성서의 출애굽기를 의미하는 단어로도 사용된다.

요즘은 ‘엑소더스 현상’이란 경제 용어 외에 ‘서울 엑소더스’, ‘코로나19 엑소더스’에 이어 ‘전쟁 엑소더스’라는 말로 쓰이고 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조국을 떠난 난민 수가 15일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5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몰도바 등 이웃국가로 이주했는데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난민들도 많다. 미국은 최대 10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전쟁을 일으킨 자국을 떠난 고급인력이 수십만 명이다. 최근, 월스트릿 보도에 의하면 정보기술, 과학, 금융, 의료종사자 약 30만명 인력이 전쟁 엑소더스를 감행한 것이다.

이중 러시아의 IT산업 고급인력들은 푸틴의 장기집권이 글로벌 고립을 지속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조지아, 아르메니아, 터키로 이주하고 있다. 평균 연령 32세인 이들의 이주를 막기 위해 러시아 정부는 인센티브 제공, 징집 면제, IT분야 종사자 감세 등을 제공하지만 소용이 없다.

이런 현상은 1917년 볼세비키 혁명 당시 고등교육 중산층과 고위층 등 수백만 명이 러시아를 떠난 이후로 처음이 될 수 있다고 분석된다. 1991년 소련연방 붕괴이후에도 수백만 명 러시아인들이 러시아를 떠났다.

역사적으로 제2차 대전을 피해 유럽 인재들이 대거 뉴욕으로 피신 왔다. 그중 러시아 서부 벨라루스 공화국의 비데프스키(유대인 거주지역) 출생 마르크 샤갈은 1941년 나치의 탄압을 피해 뉴욕으로 망명했고 같은 처지인 피에르 몬트리안 등의 예술가들과 어울려 예술 활동을 했다.

샤갈은 메트로폴리탄오페라하우스 로비 양편에 걸린 ‘음악의 승리(The Triumph of Music)’와 ‘음악의 원천(Sources of Music)을 남겼다.
유럽근대미술의 기수들이 대대적으로 미국으로 오면서 미국은 단숨에 현대미술의 중심이 되었다. 예술가들은 기회의 땅에서 전성기를 맞았는데 바로 앙드레 브르통, 앙드레 막송, 막스 에른스트, 살바도르 달리, 후앙 미로 등이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난민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그는 미국으로 외유 중이던 1933년 히틀러가 집권하자 독일 국적을 포기했다. 그때부터 프린스턴 지역에 살며 1955년 생을 마감하기까지 세계적인 과학자로서 업적을 쌓았다, 우크라이나 과학자 조지 가모프는 소련을 탈출하여 미국으로 와 조지워싱턴 대학 교수가 되어 백뱅이론 연구 등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난민 과학자들은 핵무기 개발계획 맨하탄 프로젝트를 성공시켰고 미국이 20세기 초강국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처럼 이번에 전쟁 엑소더스로 들어온 난민 중에는 미국을 빛내고 세계를 구할 인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2019년 센서스에 의하면 우크라이나계 미국인은 100만 명이 조금 넘으며 특히 뉴욕시는 미 전역에서 가장 많은 15~16만명 우크라이나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맨하탄 이스트빌리지에는 우크라이나 문화박물관을 중심으로 ‘리틀 우크라이나’ 지역이, 브루클린 브라이튼 비치에는 1970년대이후 이민 온 우크라아나계가, 뉴저지 바운드 브룩도 우크라이나인 밀집지역이 있다. 또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자들이 밀집 거주하는 리틀 오데사도 있다.

얼마 전, 뉴욕과 뉴저지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집회와 철야기도회가 있었다. 뉴욕시민들은 생필품 기부운동과 구호 활동도 벌이고 있다. 뉴욕한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뉴욕목사회를 비롯 각 교회들은 우크라이나 난민 돕기 후원금을 모집, 전달하며 함께 기도하고 있다.

아무리 참혹한 전쟁도 꺾지 못하는 것은 살겠다는 사람의 의지다. 난민들이 미국에 잘 정착하려면 소속감이 필요하다. 이들이 낯설어 하지 않고 이웃으로 잘 자라잡을 수 있게 위로와 힘을 보태야 한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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