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여성 대법관 탄생의 교훈
2022-04-18 (월)
이기훈 재미한국학교 워싱턴협의회 이사장
지난 7일 미 연방의회 상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법원 법관으로 임명한 아프리카계 미국여성 케탄지 브라운 잭슨 순회 항소법원 판사를 임명 확인했다. 상원의 힘들고 어려운 청문심사 과정을 끝내고 마침내 찬반 투표 53대 47로 잭슨 판사의 연방 대법관 임명이 통과됐다. 미 헌정사상 처음으로 233년 만에 역사적인 흑인여성 대법관을 탄생시켰다. 잭슨 법관은 스티븐 브레이어 법관에 이어 6월께 대법원 벤치에 앉게 된다.
미국의 대법관 임명은 앞으로 수십 년 또는 더 오래 우리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임명된 법관이 대법원에 상정된 국가의 중대 법률문제에 어떤 헌법적 해석과 판결을 내리느냐에 모든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헌법적 문제를 대법원이 어떻게 해석해 판결을 내리느냐에 따라 나라의 진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방 대법원도 중대한 법적 판결 시 동수 판결의 봉착을 피하기 위해 대법관을 9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법관의 임기는 자진 은퇴나 사망을 제외하고 평생직이다. 이번 상원 청문회는 잭슨 판사가 난제로 부상되고 있는 낙태문제, 행정적 권한 노조문제, 긍정적 대책 범죄 법률문제, 법적 철학과 이민법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일반적으로 의회 찬반 투표는 공화, 민주 양당 의원 수대로 나온다. 그러나 현 상원의원 양당 50대 50을 감안한다면 그 투표가 어느 때보다 전국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잭슨 판사의 공화당 의원들 예방은 3명의 공화 상원의원들이 잭슨 판사의 의문점들을 불식시키지 않았나 생각된다.
지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 2명의 법관의 궐석이 발생해 브렛 캐버노 법관과 에이미 코니 배럿 법관을 임명한 바 있다. 민주, 공화 양당에서는 대법원의 법관이 은퇴하거나 사망으로 궐석이 생길 시 그 자리를 자기 당 이념에 가장 잘 맞는 인사를 단 시간에 임명하려고 집권 대통령과 당이 전력을 기울인다. 과거 미국 역사상 연방 대법원에는 113명의 대법관들이 임명되었지만 6명만 제외하고는 모두 백인 남성뿐이었다.
1967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처음으로 흑인 남성 더굿 마샬을 대법원 법관으로 임명했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처음으로 샌드라 데이 오코너 백인 여성 법관을 임명했다.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유태계 여성 루이스 베이더 긴즈버그 법관을 임명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히스패닉계 여성 소니아 소토마요르 법관을 임명했다. 이어서 2010년에 오바마 대통령은 유대계 여성 엘레나 케이건 법관을 임명했다. 두 번째 흑인 법관은 1991년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클래런스 토마스 법관이었다. 이번 세 번째 흑인 법관은 현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케탄지 브라운 잭슨 여성법관이다.
1619년 버지니아 제임스타운에 처음 노예로 잡혀온 후 403년이 지나 지금까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흑인 대통령과 남녀 3명의 법관을 배출해냈다. 앞으로 우리 후손들이 미국 대통령 그리고 대법원 법관을 배출해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 1세들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이기훈 재미한국학교 워싱턴협의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