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공작’(The Duke) ★★★★ (5개 만점)
▶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해 더 흥미, 감탄스러운 주인공 연기에 ‘흠뻑’
고야의 그림 ‘웰링턴 공작’(사진 왼쪽)을 훔친 켐턴 번턴 역의 짐 브로드벤트.
달콤하고 부드럽고 상냥하며 시치며 뚝 떼고 웃기는 영국산 코미디로 야단스럽게 티 내지 않고 “나 몰라요. 알아서 즐기세요”하는 식으로 만들어 시종일관 편안하게 영화 안으로 끌려들게 된다. 믿어지지 않는 내용이 실화여서 더 재미가 있는데 다분히 감정적인 작품으로 감상적이기 까지 하며 감독 로저 미첼(‘노팅 힐’)이 애정을 듬뿍 담아 만든 기운이 작품 속에 가득하다. 영화는 이와 함께 사회적 메시지도 담고 있다.
특히 보기 좋고 감탄스런 것은 주인공 노인 켐턴 번턴 역의 짐 브로드벤트의 연기다. 잠 잘 자고 난 뒤 상쾌한 기분으로 큰 기지개 켜는 듯한 연기로 영화를 혼자 짊어지다시피 하고 있다. 그의 아내 도로시 역의 연기파 배우 헬렌 미렌도 브로드벤트의 태평천하 식 연기에 대조되는 약간 신경질적인 연기를 잘 하지만 도로시 역은 충분히 살려지지 못했다.
1961년 런던의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고야의 그림 ‘웰링턴 공작’이 도난당했는데 범인은 뉴캐슬에 사는 해고당한 60대의 택시 운전사 켐턴. 사람 좋은 이상주의자요 사회개혁자로 아마추어 작가인 켐턴은 아내 도로시와 다 큰 두 아들 케니(잭 반데이라)와 재키(피온 와이트헤드)와 함께 가난하지만 큰 불만 없이 신다. 켐턴과 도로시에게는 딸 마리안이 있었는데 마리안은 18세 때 켐턴이 사준 자전거를 타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딸을 잃은 슬픔을 켐턴은 글을 쓰면서 달래나 도로시는 딸의 사망을 모른 체 하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꿈에 사는 켐턴과 남의 집 하녀로 일하면서 생계를 돕는 현실적인 도로시의 관계가 냉각상태.
사회개혁자인 켐턴은 BBC-TV의 시청료를 지불하지 않겠다고 우기다가 영창신세까지 지는데 그 후로도 길에 나가 메가폰을 사용해가며 적어도 사회보장 연금을 받는 노인들에게는 시청료를 면제해줄 것을 역설한다. 켐턴은 어느 날 국립미술관이 ‘웰링턴 공작’을 14만 파운드에 샀다는 뉴스를 듣고 이 그림을 훔칠 엉뚱한 계획을 짠다.
켐턴은 목적을 위해 런던에 도착, 먼저 BBC의 관계자를 만나려고 시도하나 실패하고 의사당에 들어가 시청료 면제 배너를 내던졌다가 쫓겨난다. 그리고 밤에 미술관 화장실을 통해 전시장에 침입해 그림을 훔친다. 켐턴은 집에 돌아와 재키의 도움을 받아 그림을 2층 옷장 안에 감춘다. 이어 켐턴은 그림을 돌려 줄 테니 대가를 지불하라는 편지를 미술관에 보낸다. 경찰은 이 사건을 국제적 절도단의 것으로 추정하고 난리법석을 떨어댄다.
뜻밖의 일이 생기면서 켐턴은 그림을 돌려주기로 하고 자기가 직접 미술관을 찾아가 그림을 반환한다. 그리고 켐턴은 재판에 회부된다. 켐턴에게 동정적인 변호사 제레미 허친슨(매튜 굿이 차분하게 잘 한다)이 변호하는 재판 과정이 우습고도 감동적이며 신나는데 방청석을 꽉 메운 방청객들과 보도진들은 켐턴의 소시민의 가치를 역설하는 진술과 함께 제레미의 멋진 변론에 박수와 환성을 지른다. 이 장면을 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콧등이 시큰해진다.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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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