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에 도움이 되는 여러 요소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적당한 운동과 사회적 교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신체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땀을 흘리는 운동이 심장과 뼈 그리고 근육 건강을 지키고 향상시켜준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수도 없이 규명되고 확인된 사실이다. 여기에다 다른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친교를 통해 얻게 되는 긍정적 감정은 신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삶의 질을 높여준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땀을 흘릴 수 있는 운동을 한다면 혼자서 하는 운동보다 효과가 한층 더 커질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추측은 최근 수년 사이 계속 발표된 여러 연구들을 통해 그 타당성이 입증되고 있다. 테니스와 배드민턴 등 라켓을 사용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기는 유형의 스포츠가 조기사망을 막아주고 기대수명을 늘리는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첫 관련 연구로 주목을 받은 것은 2016년 호주 시드니대학 연구팀의 논문이었다. 연구팀이 15년 간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배드민턴과 스쿼시, 테니스 같은 라켓 스포츠와 조기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해본 결과 라켓 스포츠를 즐겨하는 사람들은 사망 위험률이 50% 낮아졌고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56% 낮아졌다. 물론 다른 운동들도 이런 효과가 있었지만 라켓 스포츠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덴마크 남녀 8,600명을 대상으로 무려 25년에 걸쳐 실시된 역학연구에서 보다 더 분명하게 확인됐다. 연구결과는 ‘메이요 클리닉 프로시딩스’(Mayo Clinic Proceedings) 최근호에 실렸다. 이 연구는 운동에 따른 기대수명 연장 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환산했다. 덴마크 사람들이 가장 즐겨하는 스포츠인 사이클링의 경우 매주 4시간 이상 타면 3.2년의 수명을 연장시켜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기대수명을 가장 많이 늘려주는 것으로 확인된 스포츠는 테니스였다. 무려 9.7년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라켓 스포츠인 배드민턴이 6.2년으로 테니스의 뒤를 이었다. 팀 스포츠인 축구의 수명연장 효과는 5년으로 사이클링보다는 높았다.
연구진이 내린 결론은 “라켓 스포츠의 수명연장 효과는 사이클링이나 조깅처럼 홀로 하는 스포츠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가 흥미로운 것은 사회적인 교감이 운동의 효과를 배가시켜 준다는 것을 뒷받침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울리면서 하는 운동은 ‘나 홀로 운동’보다 오래 사는 데 더 도움이 된다.
테니스와 배드민턴의 놀라운 수명연장 효과는 단지 교감 스포츠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운동효과 자체가 엄청난 종목들이다. 테니스는 코트를 달리며 다리운동을 할 수 있고, 공을 쫓는 동안 코어를 사용해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 라켓을 쥔 팔운동도 자연스럽게 함으로써 전신을 단련할 수 있다
배드민턴 또한 운동의 폭과 깊이가 생각 이상으로 넓고 깊다. 셔틀콕을 쫓아 짧은 거리여도 쉬지 않고 빠르게 이동해야 하며, 점프와 순간적인 방향 전환 등 전신을 사용해야 한다. 라켓을 있는 힘껏 휘둘러 셔틀콕을 맞출 때 느끼는 타격감이 상당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도 제격이다. 타격 순간에는 엄청난 속도지만 날아오다 궤적이 뚝 떨어지는 셔틀콕의 변화무쌍함이 배드민턴의 매력이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공원 테니스 코트나 배드민턴 코트는 예외 없이 한인 동호인들로 북적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한동안 라켓 스포츠 활동이 위축됐지만 방역이 개선되고 백신접종이 확대되면서 다시 코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건강히 오래살고 싶다면 비싼 영양제를 매일 한 움큼씩 입에 털어 넣기 보다는 라켓을 챙겨 코트로 나가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고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