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TV 등을 보다 보면 미국만 유독 헌법 대신 ‘수정헌법’이란 색다른 용어를 사용하여 사람을 혼돈스럽게 만드는데 오늘 칼럼에선 이의 차이점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본다.
미국 헌법은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13개 주 55명의 대표가 필라델피아에 모여 1787년 5월부터 9월까지 약 16주에 걸친 마라톤 제헌회의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었다. 총 7개 조항에 걸쳐 삼권분립 원칙에 근거한 연방정부 구성 방법과, 주 정부와 연방정부의 관계 등에 대해 정의하였다.
제1 조는 상원과 하원을 설립하고, 양원의 입법 과정과 권한, 의원 선출 방법과 자격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2조는 대통령과 부통령의 선출 방법과 자격, 탄핵 방법을 규정하고 있고, 미 대선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선거인단 제도도 이 2조에서 유래한다.
3조는 사법부 규정으로 연방대법원과 하급법원 설치에 관한 것이다. 원래 헌법에는 의회가 제정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누가 심판할 것인지 그 주체가 명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대법원장 존 마셜이 판결문을 통해, ‘연방대법원에서 이를 심사하여 판단하는 것’으로 기지를 발휘했다고 지난 칼럼 ‘위헌법률심판권의 시원’(2021.11.24)에서 다룬 바 있다.
4조는 주와 연방정부의 관계, 또 각주 간의 관계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 특히 ‘완전한 믿음과 신용’ 항목은 현재 미국의 모습을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헌법 제정 전에는 주마다 법이 달라 주 경계선을 넘는 순간부터 불편한 게 많았으나 4조 덕에 모두 동등한 ‘미국인’ 대우를 받게 되었다.
예컨대 2004년 매사추세츠주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허용하였는데 여기서 결혼한 커플들이 동성혼이 허용되지 않는 다른 주에 가더라도 부부관계로 인정되는 것 등이다.
5조는 헌법 개정에 대한 절차, 6조는 헌법과 헌법에 따라 만들어진 연방 법률과 조약이 미국 내 최고의 규범이라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제 7조는 헌법의 비준 요건을 규정했다.
헌법 비준 당시, 갓 독립전쟁을 끝낸 미국 국민들은 연방정부가 헌법을 빌미로 영국 왕정처럼 폭압적인 정부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많았다. 헌법 비준이 이런 반대 기류로 난항을 겪자 그 해결책으로 연방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수정헌법 제1조에서 10조가 만들어졌다.
이 10개 조항을 특별히 ‘권리 장전’이라 칭하는데 1791년에 발효되었다. 권리장전에는 우리가 잘 아는 종교와 언론의 자유, 총기 소지, 미란다 원칙, 사유 재산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시대 변천에 따라 개헌 필요가 있을 때는 헌법 자체를 전면 개정하는 대부분의 나라와 달리 미국은 기존 헌법은 손대지 않고 새로운 조항만을 추가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수정헌법이라 불린다. 헌법 개정은 상, 하원에서 각 2/3(50개 주 중 34개) 이상의 동의로 발의되고, 3/4(50개 주 중 38개) 이상의 주가 비준함으로써 비로소 수정헌법이 추가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건국 이후 지금까지 총 27개 조항이 추가되었다. 재미있는 사항으로 18조의 금주법은 이후 수정헌법 21조로 폐기된 불명예를 안고 있다. 또 가장 최근에 추가된 것으로, 연방의원의 급여인상을 제한한 수정헌법 제 27조는 건국 당시 제임스 매디슨(후에 제4대 대통령이 됨)에 의해 제청되었다가 비준 정족수 미달로 휴면 상태였던 것을 1982년 텍사스 주립대생 그레고리 왓슨(Gregory Watson, 19)이 학교과제 도중 발견, 통과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202년만에 비준되었다.
온갖 인종들이 뒤섞여 살고, 각 주들이 연방을 이뤄 돌아가는 거대한 국가의 최고 규범치곤 미국 헌법이 이처럼 간단하다는 게 신기하게 여겨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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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락/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