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리품(戰利品, loots, spoils)은 전쟁을 통해 얻는 물품으로 전쟁이나 전투에서 승리하고 약탈하는 모든 종류를 말한다. 원시시대에는 사냥꾼이 사냥한 동물의 이빨로 목걸이를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부족 단위 전쟁에서는 그 부족의 상징인 상아, 보석 등의 재물뿐 아니라 전쟁에서 진 사람을 전리품으로 삼아 노예로 부리기도 했다.
고대전쟁에서는 재물 외에 패배한 나라의 남성은 모조리 죽이고 여성과 아이들을 전리품으로 끌고 왔다. 전쟁에서 승리한 군인들에게 마음껏 약탈과 여성에 대한 성폭력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 이처럼 다른 나라와의 전쟁을 통해 재산을 불렸고 노비라도 업적을 세우면 출세를 했다
전근대 사회로 와서는 패배국에 토지나 전쟁 보상금, 최혜국 대우 조항 같은 매우 불리한 조약의 형태로 전리품이 변화되었다. 보통 전쟁에 기여도가 높거나 전쟁의 주체국이 가장 많은 전리품을 차지했으나 이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의 히틀러는 로젠베르크 제국 사령부에 예술품 약탈권한을 부여, 침략한 나라마다 1940년 11월~1944년 7월까지 수백만 점의 예술품을 약탈했다. 1990년과 1991년 걸프 전쟁동안에는 사담 후세인 병사들이 쿠웨이트와 사우디에서 약탈을 일삼았다.
이에 1899년과 1907년 헤이그 협약(1954년 수정)은 군대가 적 재산의 파괴를 피하고 그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다. 1949년 제4차 제네바 협약은 약탈행위, 전쟁 중 민간재산 약탈을 금지한다고 되어 있다.
현재는 전쟁, 자연재해, 또는 폭동, 이러한 모든 활동에서 얻은 전리품 등의 약탈은 국제법에 의해 금지된 것이다.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한달이상 전쟁 중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3월초 ‘러시아에 전리품으로 뺏기느니’ 수리 중인 주력 호위함을 자침시킨 일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최대 물동항 오데사에 러시아군의 공격이 임박해지자 적이 수리 중인 호위함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함장에게 침몰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건조 후 30년이 된 헤트만 사하이다치니 호위함은 100mm 갑판 포와 대잠수함 유탄 발사기, 어뢰 발사기, 헬기 등을 갖춘 우크라이나 해군의 자랑거리였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합병 당시 그곳에 있던 해군기지와 함께 주요 전투함 17척 중 12척을 빼앗아 간 바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무엇을 전리품으로 얻으려는 걸까.
나토의 동진 저지 효과를 굳히고 돈바스 지역 친러반군이 설립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 인정이다.
또 우크라이나의 온난한 기후. 비옥한 곡창지대, 70여가지 이상의 풍부한 천연자원이다. 우크라이나의 항구 도시들을 통해 에게해, 지중해로 진출, 유럽으로 가는 길목 확보도 있다.
러시아가 이같은 전리품을 챙긴다면 바로 한반도에 타격이 올 것이다. 미국의 군사자산이 동유럽에 투자되면 한반도에 대한 비중은 줄어들 것이다. 그럴 경우 우리는 한반도 안전을 위해 노심초사하게 된다. 미국이 아시아와 유럽에 다 같이 비중을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전쟁의 승자가 누가 될 지는 모르지만 어쨋거나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막대한 전리품을 챙긴다고 하자. 전쟁에는 필연적으로 죽음이 따른다. 전쟁 자체가 살인행위다, 전쟁의 승리는 아무리 화려하게 평가되어도 파괴와 살육을 바탕에 깔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피바다로 만들고 친러 정부를 세웠다 하자, 서방세계의 무역중단과 금융제제, 국제적 고립과 비난은 어쩔 것인가? 푸틴은 러시아 내부에서 계속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전리품이라는 것은 물품 뿐 아니라 사람이나 권리, 명예까지 의미한다. 명예가 땅에 떨어진 푸틴은 2022년 전쟁을 일으킨 폭군, 전쟁광, 살인독재자란 이름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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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