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그립다
2022-03-09 (수)
장재웅 / 워싱턴 하늘비전교회 목사, MD
신약성경 사도행전 전반부에서 우리는 바나바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바나바’라는 뜻은 ‘위로의 사람’ ‘격려자”라는 뜻이다. 그는 지중해에서 2번째로 크고 아름다운 섬으로 일년내내 평균 온도가 섭씨 19정도인 키프러스(Cyprus)섬 출신이다.
자신의 밭을 팔아 그 값을 가난한 자를 구제하고 이웃사랑에 있어 큰 역할을 했던 모범적인 사람이 바나바였다. 성경은 그를 착한 사람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착하다는 말은 선하다는 말이다. 그것은 늘 악속에 묻혀서 고통을 받는 나약한 모습이 아니라 선으로 악을 이기는 강함이다. 부드럽지만 꺾이지 않는 승리를 그 속에 갖고 있었다. 미워하는 사람에게 미움으로 되받아치지 않고 그들로 인해 마음이 독해지거나 악해지지 않았고 사랑으로 미움을 이겨낸 것이다.
특별히 바나바는 사람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 사도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를 만나고 변화가 되었지만 과거에 예수 믿는 자를 핍박하고 다닌 자라는 선입견으로 인해 아무도 그를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았다. 과거의 전력상 그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면 무슨 어려운 일이 일어날지몰라 대부분 그를 회피한 것이다.
그러나 바나바는 바울을 데리고 다니면서 그동안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사도들과 화해의 악수를 하도록 한다. 성경에서 바나바가 눈에 드러나게 이룬 업적은 많지 않지만 결국 바울을 초대교회에 정착시켜 역사의 무대에 서게 했던 인물이 바나바였던 것이다.
사도행전 초반에는 ‘바나바와 바울’로 바나바가 먼저 나오다가 ‘바울과 바나바’ ‘바나바와 바울’로 순서없이 나오다가 뒤로 갈수록 ‘바울과 바나바’, 그리고 나중에 바나바는 소리없이 사라졌다. 사라져야 할 때를 알고 소리없이 역사의 무대 뒤로 조용히 퇴장했던 인물이 바로 바나바였다.
3월 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89세의 나이로 부름을 받은 이어령 교수의 장례식이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항암 진통제를 거부한 그는 정신이 흐린 상태에서 세상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늘 말해왔다고 한다. 마지막 인터뷰를 담은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이 교수는 자신을 실패한 인생이라고 고백했다.
실력은 있어 존경과 신망은 받았지만 자신의 주변에 친구를 만들지 못한 외로운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날 인터뷰를 진행한 김지수 작가에게 이 교수는 “3월이면 나는 없을 거야”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2월 26일 정오에 그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어른이 그리운 시대에 그는 창조적인 지성의 삶에서 하나님께 굴복한 노년의 삶까지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람이 왜 지성으로만 살 수 없고 하나님을 향한 신앙과 이웃을 향한 사랑이 필요한지를 깊이 깨우쳐 주었던 것이다.
오늘날은 어른이 실종된 시대와 같다. 교계와 정계, 사회에서 따르고 존경할만한 어른다운 어른들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명예와 권력, 기득권을 유지, 보존키 위해 이전투구에 참여하는 자는 많아도 열심히 땀 흘리고 수고하는 자들을 세워주고 격려하는 어른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 ‘왕의 힘’이 아니라 ‘양의 힘’이다. 상대를 살리기 위해 허물을 덮어주다가 허물을 덮어쓰고 속죄양이 되는 것이다. 바나바와 같은 격려와 위로의 리더십이 그립다. 생명줄 제때 던져 물에 빠진 생명을 살리는 희생적인 리더십이 그립다. 세상의 죄와 부조리에 타협하지 않는 깨끗하고 강직한 어른이 그립다. 따뜻하고 넉넉한 품의 어른이 참으로 그립다.
<장재웅 / 워싱턴 하늘비전교회 목사,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