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라는 신분은 위대한 인물이 되기에 좋은 조건이다. 빅토르 위고부터 프레데리크 쇼팽에 이르기까지 절대다수의 천재가 자의든 타의든 지리적으로 이동했다. 20세기 천재들을 조사했더니 오분의 일이 1세대 또는 2세대 이민자였다. 이 역학관계는 오늘날에도 작용한다. 미국 인구에서 외국 태생 이민자의 비율은 13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미국 내 특허 중 삼분의 일 가까이와 노벨상 수상 미국인의 25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민자로 사는 것은 ‘가족의 불안정성’과 더불어 천재들의 가장 공통된 인생 경험 두 가지 중 하나다.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천재의 조건이 성립한다.“
(에릭 와이너의 ‘The Geography of Genius’ 중에서)
19-20세기 초반까지 유럽에서만 적어도 3,0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미국으로 이주했다. 20세기 후반에 한국으로부터 이주한 인구도 200만 명은 훨씬 넘는다. 이 기간에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발전했다.
19세기 초반이 이루어진 250만 명의 ‘불법 이민자’는 미국의 철도망, 방직산업, 제약, 토목, 전신산업의 발전에 획기적인 공헌을 했다. 불법이민자의 힘으로 미국은 세계 최강의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획득했다.
1847년 어느 날이다. 스코틀랜드의 한 시골 소년이 아메리카 드림의 꿈을 품고 무작정 미국행 화물선에 몸을 실었다. 그 화물선은 피츠버그에 도착했다. 이때 소년의 나이가 12살이었다. 50년 후에 이 소년은 US철강회사의 대주주가 되었다.
미국 자동차, 철도산업을 일으킨 중심인물이 되었다. 그는 은퇴할 무렵에 전 재산을 내놓고 카네기-멜론 대학을 세우고 수많은 연구기관도 세웠다. 그가 앤드루 카네기(Andrew Carnegie)이다.
1930년대 유럽은 독일 제국주의자 히틀러의 인종 불관용 정책으로 유능한 엘리트의 유출이 심했다. 이 시기에 미국은 세계의 저명한 물리학자, 의학자, 교수들의 피난처가 되었다.
최초로 핵반응 시설을 만든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 수소폭탄의 아버지 에드워드 텔러(Edward Teller), ‘상대성 원리의 저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이 시기에 미국으로 건너왔다. 이들은 모두 유대인이다.
이민자들이 생소한 땅에서 탁월한 창의성을 발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새 땅에서 하루 속히 자기존재감을 입증하고자 하는 긴장감이다. 둘째, 새로운 시각으로 사고하는 자세다. 셋째, 선민의식이다.
바빌론에게 망한 후 유배지에 포로로 끌려온 유대인들도 이 세 가지 요소를 지녔다. 이 사실은 이민자인 우리에게도 암시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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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