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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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야베스의 기도

2022-02-24 (목) 김부경 / 독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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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벨이 울린다. 친구 남편의 목소리에 조용한 떨림이 있다.
친구가 코비드 확정 판정과 폐렴 동반으로 숨을 쉬는 것이 힘들고 요즘 입맛이 없어서 음식을 못먹어서 병원에 입원을 했단다. 얼굴 전체에 산소 마스크를 착용했으며 면회가 불가하니 조만간 연락이 오면 소식을 전하겠다고 한다.

나의 가슴도 멍하니 떨리고 울린다. 고등학교 시절 10대 때부터 이민생활 40년간, 이제 우리는 60대에 접어들었다. 늘 함께 한 내 친구. 고명딸인 내게 친구이고 자매인 내 친구, 우리 함께 웃고 함께 고민도 했다. 아들과 딸, 또 이제 어린 손녀 손자들과 함께 기쁨도 슬픔도 늘 함께 하고 있는 나의 친구다. 나에게는 사막 여행 같은 인생에서 오아시스 같은 친구다.

“병상에서 얼마나 힘이 드니? 너와 함께 함을 빼버린 행복과 일상들은 상상하지 않는다. 어서 병마에서 일어나라.”


향수는 병든 고래의 몸에서 짠 기름이 원료가 되어 향수를 만든다. 우황청심환은 병든 소에서 얻어진다. 병들지 않은 소의 몸에는 우황이 없다. 로키 산맥같이 험준하고 깊은 계곡에서 비바람과 눈보라의 고통을 뚫고 죽지 않고 살아난 나무가 공명에 가장 좋은 원료가 되어 세계 명품 바이올린이 된다고 한다.

이처럼 고난과 역경 뒤에 위대한 작품들이 나오고 명품들이 나오듯이 우리도 시련과 환난을 통해 귀하게 아름다운 존재가 되나 보다. 운동도 숨쉬기 운동이 제일 쉽고 모든 것이 쉬운 게 없다며 푸념 하던 우리 둘이었는데...잘 있니? 밥은 먹었니? 안부를 물어보는 오래된 친구, 그의 웃음과 나의 눈물 속에 늘 함께 했음을 고마워한다.

“우리의 우정은 기도입니다. 우리의 목소리는 음악입니다. 서로 오랜 세월 잘 익어온 감칠맛 나는 향기가 있습니다. 친구의 건강을 지켜주시옵소서. 폼 나는 친구를 두면 2년 행복하고 귀여운 친구들 두면 7년 행복하고 착한 친구를 두면 70년 행복하고 사랑하는 친구를 두면 평생 행복하고 믿음 친구 두면 영원히 행복하고, 이글을 줄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참으로 행복합니다. 하나님께 간구하며 이 기도를 들어 달라고 간절히 간구하고 있습니다.”

‘ (대상 4:10) 주께 야베스가 이스라엘 하나님께 아뢰어 이르되 주께서 내게 복을 주시려거든 나의 지역을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을 벗어나 내게 근심이 없게 하소서 하였더니 하나님이 그가 간구하는 것을 허락하였더라. 우리에게도 귀한 삶에 주의 은혜가 임하기를 소원합니다.’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도 안되고 하여 글을 볼 수 있으면 카톡으로 보낼테니 읽어보라는 메시지를 보내본다. 퇴원하면 맛집에 가서 수다를 떨자. 사랑하는 친구야, 다 지나갈 거다. 지금 창밖에는 봄을 알리는 따뜻한 햇살이 우리를 기다리며 행복한 내일의 희망이 우리를 비추고 있단다.

<김부경 / 독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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