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삶과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2022-02-18 (금)
박흥진 편집위원
▶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 ‘더 워스트 퍼슨 인 더 월드’(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½ (5개 만점)
▶ 진지하고 우습고 사실적이면서 환상적, 다채롭고 변덕스러울 정도로‘변화무쌍’
율리는 자기가 진실로 원하는 삶과 사랑을 찾아 갈팡질팡하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노르웨이의 오슬로에 사는 30세난 아름답고 총명하고 활기찬 여인 율리(레나테 레인스베-이 영화로 작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가 자기가 원하는 삶의 방향과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헤매는 과정을 경쾌하고 윤기 나게 얘기한 노르웨이의 로맨틱 코미디이자 심각한 드라마다. 올 아카데미 국제극영화상과 각본상(영화를 감독한 요하임 트리어와 에스킬 보그트 공동 집필) 후보에 오른 진지하면서도 우습고 사실적이면서 때론 환상적이기도 한 작품이다. 영화의 색채와 감정이 다채롭고 변덕스러울 정도로 변화무쌍한데 후반부에 들어설수록 우울하고 슬프고 또 가슴이 아파진다.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고 깨닫고 느끼는 삶의 찰라 적 본질과 그런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지어야하는 결정과 또 실수와 잘못 등을 고찰한 영화로 결국 우리는 많은 허점과 놓쳐버린 기회 같은 것들과 더불어 살아야한다는 것을 매끈하고 상상력 풍부하고 재미있게 서술한 아주 좋은 영화다.
영화는 12장으로 나뉘어졌는데 여기에 서문과 발문이 있다. 처음에 율리와 그의 오랜 애인 악셀(안더스 다니엘센 리에)이 소개된다. 율리는 매우 총명하고 매력적이며 즉흥적이요 또 모험심이 강한 의대생으로 책방에서 일하고 있다. 악셀은 부르좌 층으로 성공한 그래픽 소설가인데 율리보다 14살 위. 그런데 둘은 성격도 다르고 원하는 것도 달라 율리가 서서히 악셀로부터 멀어진다. 악셀은 아기를 원하나 율리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고 율리는 악셀의 부르좌적 배경이 마음에 들지도 않는다. 결국 율리는 악셀을 버린다.
이로부터 얼마 후 율리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결혼식에 불청객으로 참가했다가 여기서 덩지가 크고 섹시하고 자유분방한 에이빈드(헤르베르트 노르드룸)를 만나 아이들 같이 희롱하다가 짝을 이룬다. 에이빈드는 악셀과 정반대 형이다. 그리고 둘은 재미있고 즐거운 삶을 사나 그런 기쁨이란 시들게 마련이다. 결국 에이빈드도 율리가 정말로 원하는 남자가 아니다.
이어 율리는 악셀과 헤어진 지 몇 년 후 그와 재회하는데 이 후반부의 얘기가 아주 울적하고 비감하다. 악셀은 이미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몰락해 있을 때이다. 그 동안 밝고 맑고 사뿐하던 분위기가 가을비처럼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스산하다.
율리라는 여자의 사랑과 기쁨과 슬픔 그리고 기만 등을 통해 삶을 구성하는 요인들의 내밀한 순간을 포착한 심오하면서도 무겁지 않고 가뿐한 작품이다. 율리는 자기가 진실로 원하는 삶과 사랑의 정체를 제대로 깨닫지 못해 상실감과 실망에 시달리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아 그런 자세에 박수를 보낸다. 율리는 결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여자’가 아니다. 훌륭한 것이 레인스베의 연기. 광채가 난다. 랜드마크극장(웨스트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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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