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천장을 깬 BSO(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마린 알솝의 삶 다룬 영화’
2022-02-04 (금)
박흥진 편집위원
▶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 새 영화 ‘지휘자’(The Conductor) ★★★★½ (5개 만점)
▶ 꿈을 이루기 위한 피나는 노력과 좌절, 첫 여성 지휘자로 재미있고 감동적 실화
남성이 독식하던 유명 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직의 유리 천장을 깬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마린 알솝.
미 유명 교향악단의 첫 여성 음악 감독(상임지휘자)이 되면서 남성이 독식하던 유명 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직의 유리 천장을 깬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BSO)의 상임지휘자 마린 알솝(65)의 삶을 다룬 기록영화다. 알솝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성장 과정과 지휘자의 꿈을 이루기 위한 피나는 노력과 좌절 그리고 유수 교향악단의 첫 여성 지휘자가 되면서 여성 후배들에게 미친 영향과 제자 양성 등을 상세히 다룬 유익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정신을 고양시키는 훌륭한 영화다.
지난 2005년 BSO의 이사진이 알솝을 차기 상임지휘자로 발표하자 단원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섰다. 이들은 “알솝이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으며 문제를 들을 줄 아는 귀가 없다”며 그의 임명에 반대했다. 그러나 이런 근사한 이유 뒤에는 알솝이 여자라는 진짜 이유가 숨어 있었다. 알솝은 바톤을 쥐기도 전에 이런 심한 반대를 받았는데 그 때 그는 “이것은 지휘자는 근접하기 어려운 외국어 액센트를 구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통념 탓”이라면서 “지금은 권위의 시대가 아니라 협력의 시대”라고 말했다. 이 문제는 후에 알솝과 단원들 간의 대화로 원만히 해결돼 알솝은 2007년부터 BSO의 상임지휘자로 활약하면서 BSO의 수준을 높여 놓았다. 알솝은 2021년 8월 14년간 맡았던 BSO의 상임지휘자 직에서 은퇴하고 현재는 비엔나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활약하고 있다.
뉴욕에서 태어난 알솝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기 바이올리니스트요 첼리스트여서 알솝은 말하기 전 음악부터 듣고 자랐다. 알솝은 9세 때 청소년을 위한 콘서트에 참석, 레너드 번스타인의 지휘를 보고 지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바이올리니스트로 활약한 알솝은 20대 때 동료 연주자들에게 피자를 사주고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연주시켜 지휘 연습을 했고 정규 지휘자 자리를 얻지 못하자 1981년 여성 스트링 앙상블 스윙 밴드를 구성해 연주하기도 했다. 이어 알솝은 지휘자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받아들인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1984년 50명으로 구성된 콘코디아 오케스트라를 조직해 지휘를 했다. 그가 여기까지 오기에는 수많은 도전과 좌절을 거듭해야 했는데 알솝은 영화에서 자기에게는 못 한다(Can’t)라는 단어가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알솝은 몇 차례의 시도 끝에 1988년 탱글우드 오디션에 참가, 번스타인을 감동시키면서 정식 지휘자의 길이 열린다. 영화에서 번스타인이 알솝의 지휘에 감격해 알솝을 끌어안고 그의 머리에 키스하는 장면이 있다. 이후 번스타인은 알솝의 스승이자 후원자가 되었다. 알솝은 1993년부터 12년간 콜로라도 교향악단을 지휘하다가 BSO로 옮겼다. 알솝은 브람스와 말러에서부터 현존 미국 작곡가의 음악에 아르기까지 폭 넓은 레퍼토리를 구사하는 지휘자다. 필자는 오래 전에 LA필을 지휘하는 알솝을 보았는데 큰 제스처와 함께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지휘, 자기 안으로 음들을 빨아들이면서 음들을 폭발적으로 내연시켰었다.
영화는 알솝과의 인터뷰와 함께 그가 교향악단을 지휘하는 장면 과 리허설 장면 그리고 자료 필름 등을 다양하게 보여주면서 알솝의 천재적 재능과 음악에 대한 헌신과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알솝의 과거 활동과 함께 미래를 위한 여성 후배 양성과 제자 훈련 등에 관해서도 볼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수많은 도전과 좌절 에도 굴복하지 않고 지휘자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이룬 알솝의 불굴의 투혼에 감동하게 된다. 클래시컬 뮤직을 좋아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마저도 감동시킬만한 좋은 영화다. 웨스트LA 로열극장. 3월 25일 하오 6시 PBS 방영(확인 필요.)
<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