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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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금잔디

2022-01-27 (목) 이혜란 실버스프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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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어느 날 외롭거나 생활이 우리를 슬프게 할 때 어떤 노래들이 입가에 맴돌게 된다. 그중 하나가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매기같이 앉아서 놀던 곳”으로 시작되는 ‘매기의 추억’인데 노래를 부르기 전에 마음은 벌써 아주 멀리 있는 고향으로 달려간다.

오래전 미국과 캐나다 국경 근처 한 카페에 버터필드라는 사람이 피아노를 연주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손님 중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처녀 매기를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녀는 그가 작곡하는 모든 음악이 훌륭하다며 칭찬하고 어느덧 둘은 사랑에 빠진다. 꽃피던 그해 봄 그들은 많은 사람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을 하게 된다. 꿈같은 신혼 생활은 캐나다와 미국을 오가며 달콤하게 익어갔고, 그들은 언젠가 세월에 밀려 그들이 늙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더라도 영원히 사랑 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인가. 이듬해 첫 아이를 낳던 매기는 아이를 낳자마자 세상을 떠났다. 미국 쪽에 살던 버터필드는 아내를 그녀의 고향인 캐나다 쪽에 묻어주기 위해 기차를 탔다. 열차는 석양이 물드는 곳을 지나 어느새 캄캄한 밤 속을 달렸다. 오랜 시간 열차에 지친 사람들이 하나씩 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그때 그의 아기가 울기 시작했고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그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고, 사람들의 불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에게 정중히 인사한 후에 이야기했다.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이 아기와 나는 지금 아기 엄마의 장례를 치르기 위하여 캐나다로 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아기가 너무 울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아기 엄마의 시신은 이 열차 화물칸에 있습니다. 부디 아기의 울음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가 목이 메어 말하는데 눈물이 어느새 얼굴을 덮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이 일시에 조용해지고 모두 아기의 울음과 한 남자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이해하고 나누려는 듯 숙연해졌다. 달리는 기차 안은 기적 소리와 아기의 울음소리가 함께 퍼지며, 더 이상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그 후 그는 아내를 잊지 못해 이 노래를 지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신문에 실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노래를 듣기위해 멀리서 찾아오면서 이 노래는 유명해졌다고 한다.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매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매기 아, 희미한 옛 생각, 동산 수풀은 없어지고 장미화는 피어 만발하였다. 물레방아 소리 그쳤다. 매기 내 사랑하는 매기야. 옛날의 금잔디 동산에 매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매기 내 사랑하는 매기야, 동산 수풀은 우거지고 장미화 피어 만발하였다. 옛날의 노래를 부르자 매기 내 사랑하는 매기야.”
우리도 요즈음 같이 힘든 시기에 주위의 어려운 처지인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 해야겠다.

<이혜란 실버스프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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