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는 스칸센(Skansen)이라는 박물관이 있다. 1891년에 아르투르 하젤리우스가 설립한 세계 최초의 야외박물관이다. 스웨덴 전국에서 과거 500년의 전통이 담겨있는 150여 채의 가옥과 교회, 상점, 공방들을 그대로 옮겨왔다. 전통 의상을 갖춘 사람들이 옛날 방식 그대로 상점과 공방을 운영하고 있어서 스웨덴의 민속역사를 생생하게 훑어볼 수 있다. 한국의 용인 민속촌과 같은 곳이다.
커다란 건물 속에 옛 유물들을 전시해놓은 전통적인 개념의 박물관을 야외 공간으로 확장시킨 스칸센박물관이 새롭게 주목을 받은 것은 1970년대의 일이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박물관에 대해,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의 회장을 지낸 프랑스의 조르주 앙리 리비에르는 1971년에 ‘에코뮤지엄’이라고 명명했다. ‘에코뮤지엄’이란 생태 및 주거환경을 뜻하는 ‘에코(eco)’에 박물관이란 뜻의 ‘뮤지엄(Museum)’이 결합된 단어이다.
앙리 리비에르의 후원에 힘입어 프랑스 박물관학자 위그 드 바린은 전통가옥들을 일정 지역에 인위적으로 옮겨왔던 스칸센박물관과는 달리, 전통가옥 대부분이 원래 있던 자리에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프랑스의 상황을 활용하여 지역생태환경과 풍속까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진정한 의미의 에코뮤지엄을 만들었다. 드 바린은 1975년 크뢰조몽소 지역에 남아있던 탄광과 산업시설들을 그대로 살려 ‘크뢰조몽소 사람과 산업박물관’이란 프랑스 최초의 에코뮤지엄을 만들었다.
그 후 프랑스, 일본,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 등지에서 꾸준히 그 개념이 발전되고 실제로 여러 가지 새로운 형태의 박물관들이 구현되어왔다. 그래서 에코뮤지엄은 Open Air Museum, 야외 박물관, 지붕 없는 박물관, 살아 숨 쉬는 박물관 또는 아예 특정 지역을 통째로 박물관이라고 하는 것들로 발전했다.
전 세계의 총 300여개의 에코뮤지엄 가운데 200여개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 있다. 한국에서는 안동 하회마을, 북촌 한옥마을,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 영주 선비촌 등이 에코뮤지엄 방식과 유사하다. 이러한 에코뮤지엄들은 지역적 장소의 정체성을 중시하여 지역 활성화와 공동체 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한 요건이다. 즉, 그 지역과 장소의 고유한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 보존된 현장을 관광 상품화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역문화의 수준을 높이며 그 지역 주민들의 단결과 유대를 강화시키는 것이 에코뮤지엄의 본래 목적이다.
이러한 에코뮤지엄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의 에코뮤지엄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함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 에코뮤지엄 내의 지역주민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어 방문자들에게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역으로 그들의 정체성을 보존하기도 한다.
해외에 산재해 있는 코리아타운들에는 한인들의 이민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는 유적과 유물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또한 현재를 살고 있는 한인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생활과 관련된 단체, 협회, 기관, 종교 및 문화시설, 축제 장소 등과 같은 의미 있는 장소와 공간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이러한 한인들의 유적과 유물 그리고 장소와 공간들이 관련된 스토리와 함께 연결되면 코리아타운은 그 자체가 훌륭한 에코뮤지엄이 될 수 있다. 코리아타운 에코뮤지엄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지역 한인들의 인식 전환과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코리아타운이 에코뮤지엄으로 거듭날 때, 주류사회에서 한인들의 위상도 높아질 수 있으며 미래의 한인 세대에 대한 정체성 교육뿐만 아니라 지역 한인경제도 장기 지속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 이는 나아가 21세기 한류로 ‘문화강국’이 되어가고 있는 대한민국에 발맞추어 세계 속의 750만 한인들도 ‘문화강민족’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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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완 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