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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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어 생각하니 다 좋다

2022-01-24 (월) 박명희 / 전 한국학교 교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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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국어책에 실린 글귀처럼 다 좋은 마음으로 끄덕이며 살아가고싶다.
내성적인 학생은(속으로 깊이 생각하는게 많을테니) 진지해서 좋고/사교성이 적은 학생은(표현을 못하고 있지만) 정직하고 과장되지 않아서 좋고/소심한 학생은 (조심하고 살피느라) 실수가 적고 정확해서 좋고/질투심이 많은 학생은(무엇이든 하고 싶어) 의욕이 넘쳐서 좋고/말이 많은 학생은(알리고 싶어서 바쁘니) 지루하지 않아서 좋고/자신감이 없는 학생은(알고 있지만 나서지 않아) 겸손해서 좋고/직선적인 학생은(단순해 보이지만) 속정이 깊어서 좋고/학생 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다.

잘난 체하는 이는(아는게 많으니) 똑똑해 보여서 좋고/어리숙한 이는(표현은 서툴지만) 속이 깊어서 좋고/소극적인 이는 (나대지 않으니) 얌전해서 좋고/까부는 이는(즐겁게 하여) 활기가 넘쳐서 좋고/실없이 웃는 이는(경계를 풀게해) 마음을 풀게 하니 좋고/깐족 거리는 이는(우리에게) 참는 법을 알려 주니 좋고/급한것 없는 이는(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해서 좋다.
아! 그때도 좋은 글귀가 많았을텐데 누군가가 나를 다르게 표현해 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회성이 부족한 나는 속을 알 수 없는 아이였고 상처받고 외로움에 속이 일그러진 어느 순간에 동생과 나는 할머니에게 맡겨지고, 그냥 그렇게 자랐다. 다행히도 별나고 까칠한 나를 그대로 받아준 형제자매가 많았던 고마운 친구들이 내 곁엔 늘 있었다.
교사임용에 필요한 생활기록부에 적힌 두줄의 문장으로 눈물 흘리며 내가 앞으로 누군가에 대해 기록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은 내가 살아가며 그나마 잘한 일인 것같다.


아이들을 대할 때는 내가 받고 싶었던 사랑만큼 정성을 다하고 싶었다. 물론 때로는 독한 말도 서슴치 않았지만 이 또한 민망하다. 나이가 들어서도 잘못 살아가는 어른들이 얼마나 많은데 자라는 애들은 무엇이든 이유있는 반항이니 함부로 야단을 칠 수 없다.
다만 아이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몸에 배인 상처는 아물고, 말로 뱉은 건 주워 담을 수 없지만 그나마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흐릿해질 수 있어 아니라고 우겨볼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 같은 인터넷 세상에서는 글이나 영상으로 남긴 것은 언제라도 재생되어 끝없이 나를 확인시켜준다. 내가 저지른 잘못 된 언행은 앞으로의 삶을 좌지우지하여 누구라도 한순간에 추락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연히 행한 기쁨을 주는 말과 행동들은 우리를 따뜻하게 다시 일어서게도 해준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호불호가 얼굴에 바로 나타나서 뻔뻔하게 사기를 치거나, 큰 인물이 될 수 없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한자는 偏(치우칠 편)이다. 어릴 때는 편식이 심해서 안 먹는 게 많아 몸이 약했고, 독자인 남동생을 편애한 할머니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편두통을 느꼈고, 편애를 싫어하면서도 나만 편애하길 원했다.
다행히 세월이 흐르고 사랑을 받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많아지니, 어른이 되어서 그나름대로 좋은게 좋으니 내 스스로도 편안하고 따뜻하고 마음을 나눌 여유가 생겼다. 이렇게 생각하면 다 넉넉하고 좋은데 왜 그렇게 깍쟁이같이 야박하고 부끄럽게 살았는지 후회가 더 많다.

<박명희 / 전 한국학교 교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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