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씨의 학력위조가 한국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학력위조에 이력 부풀리기 등등 학력을 위조하는 명칭들을 총망라해서 김건희라는 한 개인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돈세탁을 하거나 사문서 위조가 아닌 자신의 지나온 발자취를 지우거나 부풀리거나 위조하는 겁 없는 김건희 씨를 보면서 미국 고등학생들이 12년 동안 해왔던 공부와 여러 가지 스펙을 미국 대학 지원서에 쓸 때의 자세와 비교해 보게 되었다.
대학에 보내는 지원서를 아이들이 직접 작성하는데 어떻게 그것이 공정하게 받아들여질까? 대학을 가야 하는 학생이 학년에 몇백 명이 있는데 과연 이들의 검증은 누가 그리고 어떻게 하는 걸까? 한국은 한 반에 20-30명쯤 되는 학생이 있고 각 반 담임이 학생에 대한 자료를 토대로 공정한 자기의 소견을 쓰고 그 내용을 학생과 부모가 함께 공유하며 대학원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평가에 대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내신성적에 포함되어 학부모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미국의 학교 시스템은 완전히 다르다. 오로지 카운슬러만이 존재한다. 학년 전체를 담당하는 카운슬러가 많아야 세 분 정도이고 그분들이 대학을 가야 하는 모든 아이를 대변해 줘야 하는데 어찌 한 명 한 명에게 신경을 쓸 수 있을까? 그나마 대학은 각과 교수가 있지만, 미국의 고등학교는 그마저 없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시스템이지만 바로 이런 점을 이용해서 김건희 같은 사람은 기막힌 위조로 아마 하버드대학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대학을 갈 때 꼭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선생님의 소견서다. 한국에서는 당연히 담임이 그 학생을 제일 잘 아는 분이기 때문에 담임 선생님의 평점과 소견서가 절대적이겠지만 미국은 그런 당연한 담임제가 아니다 보니 학생이 원하는 선생님에게 직접 소견서를 부탁해야 한다. 부탁을 한다 해도 써준다는 오케이가 없다면 다른 선생님에게 부탁해야 한다. 만약 김건희씨라면 선생님을 가장한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대학에 보냈을 것이다.
그뿐 아니다. 이력서를 작성할 때 그 누구의 검증을 거치지 않는다. 음악을 했다면 언제부터 학교 오케스트라에 참가 했는지 그리고 어떤 기관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모든 것을 학생이 직접 작성한다. 여기에는 그 누구의 확인도 필요하지 않고 만약, 수상을 했다 해도 그 수상 내용을 밝히지 않는다.
상장을 받았다 해도 카피를 하거나 원본을 요구하지 않고 오로지 한 줄로 수상기록을 쓰면 된다. 이때도 김건희씨라면 얼마든지 거짓으로 작성하고 그럴듯하게 꾸며 기록을 바꾸고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대학에선 지원서를 입증하는 걸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미국에서 20여 년을 살고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학생이 거짓으로 수상경력을 위조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단 한 번도 허위 이력으로 합격 된 학교가 취소되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성추행한 일을 같은 학교 친구가 대학에 편지를 보내 불합격 처리되었다는 후일담을 들은 적은 있다. 그만큼 위조에 대한 벌의 수위가 높아서 감히 생각하지 못하는 듯하다. 음주운전이나 과속 차량과 같은 벌금이 한국의 100배(?)쯤 되기에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대학을 준비하는 어린 17, 18살 아이들도 지원서에 자기의 활동 사항을 소신껏 정직하게 쓰는데 한국의 김건희는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수상 이력을 거짓으로 포장하고 거기에 학력을 위조해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하고도 어릴 때 실수였는데 이제와서 왜 문제가 되지? 라고 마치 반문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 충격을 받았다.
죄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떨어지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남은 보이지 않는 우주가 자기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대단히 위험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생각한다.
그걸 아는지 모르겠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이 사기죄라는 걸! 사기는 한순간의 실수로 일어나는 범죄가 아니다.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기는 인간으로 하면 안 되는 중범죄 중의 하나다.
자신의 이력을 속이는 죄 또한, 사기죄와 공무집행 방해죄에 해당되어야 한다. 더구나 오랜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위조된 학력을 이용한 사회적 지위는 법적인 잣대로 치르게 해야 할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까지 잘못 끼워질 수밖에 없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면 두 번째 세 번째도 반듯하게 끼울 수 있고 결국은 멋진 셔츠를 입고 행복하고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다. 힘들겠지만 지금이라도 모두 풀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자신의 단추를 정직하게 끼워야 한다. 그것이 그녀의 진짜 인생이고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는 최소한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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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 / 엘리콧시티,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