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내 마스크 착용 논란
2022-01-23 (일)
문일룡 변호사, VA
지난 일요일 자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제법 크게 게재된 사진 하나가 나의 주의를 끌었다. 바로 전날 새로 취임한 버지니아 주지사, 부지사 그리고 법무부장관이 배우자들과 함께 취임식장에서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그 뒤로는 취임식 참석자들이 기립한 것도 보였다. 제법 많은 숫자였다. 참석자들은 빈틈 없을 정도로 서로 가까이 서 있었다. 그런데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참석자들의 성향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듯 했다.
주지사가 취임하자마자 취한 조치가 학교내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금한다는 행정명령이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마스크 미착용에 대한 이유를 묻는 것도 금했다. 이러한 조치는 주지사가 선거 기간 중 누누이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니 그리 놀랍지는 않다. 그러나 주지사 취임 첫 날에 취해질 만큼 중요하고 법적 검토가 충분히 되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간다.
주지사의 이 행정명령에 대해 모든 학군들이 따를 것 같지는 않다. 민주당계 교육위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학군들 중 마스크 착용 의무화 입장을 고수하겠다고 이미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학군들이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와 알링턴 카운티가 그 가운데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 학군들에 대해 주지사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제재를 가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제재일지 자못 궁금하다. 다른 사안이긴 하지만 이미 라우든 카운티 학군에 대해서는 얼마 전 처리한 학생 성폭행 사건을 놓고 새 주지사가 조사를 명했다. 새 주지사가 주 정부 차원의 검찰권이나 조사권 행사를 주저하지 않을 것임을 나타내 보인 듯 했다.
이러한 가운데 주목을 받는 법이 하나 있다. 작년에 주의회에서 통과된 SB1303이라고 알려진 법이다. SB는 Senate Bill, 즉 상원 법안을 의미한다. 버지니아의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대면수업 기회를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며 발의자 중에는 한인동포 사회에 잘 알려진 챕 피터슨(민) 주 상원의원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그 법안의 공동 발의자는 10명이었는데 민주당 출신은 단 두 명에 불과했다. 다른 한명은 리치몬드 시 근처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이었다. 북버지니아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피터슨 의원 단 한 명이었다.
그 법안이 발의 되던 작년 초에는 학교 수업의 대면 수업 전환 여부를 놓고 의견들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던 상태였다. 상당수 부모들은 대면 수업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교사들은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한 대면 수업은 이르다고 했다. 전통적으로 교사들에게 우호적인 민주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피터슨 의원의 이 법안 공동 발의가 당혹스러웠다. 물론 교원협의체들도 강경한 반대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결국 법안은 부분적 문구 조정을 거쳐 통과되었다.
이 SB1303에 의하면 버지니아 주의 모든 학교들은 학생들에게 대면 수업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만, 대면 수업을 함에 있어 연방정부의 질병통제센터(CDC) 의 지침을 가능한한 최대한 따르도록 했다. 현재의 CDC 지침에 의하면 대면 수업이 권장되고 있고, 학교에서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처음에 이 법안에 반대 했던 교사들도 이제는 이에 많이 적응되어 대면 수업을 진행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새 주지사가 이러한 법안에 반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교사들은 SB1303을 인용하며 주지사의 행정명령의 부당함을 지적한다. 주지사에 항거하는 주 무기로 자신들이 과거에 반대했던 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아이러니 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주지사의 이번 행정명령은 교육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다. 정치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주지사가 당선 된 것이 마스크 공약 때문이라고 본다면 잘못된 판단이다. 부모의 교육 정책 참여에 대한 상대 후보의 실언과 일부 교육위원회의 과도한 좌편향이 이유이지 마스크 착용이 당선 이유가 아니다. 지난 11월 선거 때의 표심을 그렇게 읽었다면 오판이다. 앞으로 주지사의 행정명령의 효력이 그 보다 우선하는 법 앞에서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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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