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 선거가 영혼 없이 진행되고 있다. 후보들의 자질과 태도에 존경심이 가지 않고 국가와 민족에 대한 철학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후보들이 국가 중대사 해결이나 타개책 대신에 무엇을 보여 주고 있나. 중상모략과 인신공격, 심지어 욕설 협박으로 민족의 품격마저 모독하고 있지 않은가.
허무한 공약이나 말장난으로 표나 긁어모으려는 코미디, 가면극 무대 앞에 서 있는 기분이다. 국가 장래가 불길해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이런 영혼 없는 선거 다음에는 정치혼란이 초래될 수밖에 없는 게 정해진 순서가 아니겠는가.
북유럽에 주로 서식하는 ‘레밍’이라는 설치류가 있다. 이들은 개체 수가 늘어나고 먹잇감이 떨어지면 무조건 선두를 따라 낭떠러지든 물속이든 뛰어든다. 생태계 학자들은 레밍의 이런 습성을 본능적인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집단자살(자멸)로 분석한다. 레밍들에게 이상을 추구하는 영혼이나 철학이 있을 리 없다.
철학도 진정성도 없는 후보들이 선두에서 방향 없이 달리는데 무턱대고 이들에게 추종하는 모습들에 레밍의 집단 자멸이 오버랩된다.
후보들의 지방 유세가 한낱 표 구걸 행각으로 보일 뿐 전혀 감동을 느낄 수가 없다. 후보들은 저마다 득표가 될 만하다고 생각되면 앞뒤 검토 없이 무조건 ‘공약’으로 내뱉어 버린다. 선거판이 마치 ‘공약 경매시장’이 돼 버린 느낌이다.
어느 정당, 어느 후보가 보수인지 진보인지 또는 중도인지 마구 뒤엉켜 유권자들이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다.
또 대통령으로 출마를 한 건지 구청장이나 군수로 출마를 한 건지 마구잡이 크고 작은 공약을 늘어놓고 스스로도 헷갈릴 것만 같다. 어떻게 머리털(모발) 보험, 무료 호적등본 발급 따위를 대통령 후보 공약으로 내놓고 의기양양할 수 있단 말인가. 한국의 장래에 불길한 예감만이 계속 뇌리에 밀려든다. 기우일까.
우리 민족의 숙원이자 최대 과제인 통일문제, 그에 따른 외교문제 등이 응당 주제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후보들의 토론에 후순위로 밀려 있다.
우리 사회가 오늘날처럼 세대 간, 계층 간, 분야별, 지역별, 정치파벌, 분열의 골이 깊이 패인 적이 있었는가. 통합대책은 뭐냐고 따져 묻고 싶다. 깊숙이 뿌리 박혀 있는 부정부패의 썩은 부위를 어떻게 척결할 것인지를 제시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떤 후보도 이런 책무에 대한 관심조차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번 대선은 영혼이 없다.
경제계에서는 우리 경제가 종속 모방 산업에서 창조 독립 산업 방향으로 가야만 선진국가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선 후보들은 한참 뒤떨어져 엉뚱한 구호만 지껄이고 있다.
연간 5만 달러 국민소득, 그러려면 7년 이상 계속해서 우리 경제가 매년 10% 이상의 성장을 이룩해야 하는데 기적이 2번 일어나도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공산주의 독재 등소평 치하의 중국에서도 최고 기록이 연 8.2%였다. 한국은 내년도에 전 세계적 코로나 여파로 매년 경제성장률을 3% 안팎으로 예측하고 있다.
“웃기지 말라”, 정부 발표로는 매년 수천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자랑한다. 그런데 이 엄청난 액수의 돈을 도대체 어떤 부류가 먹어 치우고 있는 건가. 빈부의 격차가 점점 극대화돼가고 있다.
노인 빈곤율, 자살률 세계 1위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그나마도 영업을 이어갈 수 없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전 국민 48%가 전세 아니면 월세방 살이다. 사회정의, 공정배분의 대책이 뭔가, 어느 후보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선의 치욕스러운 풍조의 하나는 국민의 마음을 돈으로 사려는 점이다.
그것도 국민들이 낸 세금, 국고금을 축내서 환심을 사려는 ‘제 닭 잡아먹기’식 속임수를 거리낌 없이 내놓고서는 기고만장하는 태도다.
젊은층 지지도 돈으로 해결해 보려는 인스턴트 요법을 진리인양 다투어 내놓고 있다. 청년층은 정성 들여 육성해야 할 대상이지 일시적 호의나 환심으로 교제할 대상이 아니다. 청년들이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미래에 대한 꿈을 그리며 용기와 열정을 바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기성세대의 책무이다.
대선 트라우마와 설치류 레밍의 집단 자멸 참상이 왠지 계속 떠오른다. 국내외 유권자들이 지지할 만한 인물이 없다고 이구동성이다.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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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