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 대학의 설립 비화
2022-01-17 (월)
제이슨 최 수필가
미국 동부에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있다면 서부에는 스탠포드, UC버클리, UCLA, 캘리포니아 공대가 있다. 그 가운데 스탠포드 대학은 아름답고 거대한 캠퍼스를 자랑하고 있는데 본관까지 들어가는 입구는 중세시대 유럽의 어느 왕궁에 들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육중한 석조 건축물들은 대학교라는 느낌보다는 최고급 리조트에 온 것 같은 인상을 주는 학교다.
설립자인 릴랜드 스탠포는 서부 개척시대에 동부와 서부를 잇는 대륙횡단 철도사업을 하여 많은 부를 축적한 광산업자이자 철도건설업자였으며 1876년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정치가이기도 했다. 스탠포드 부부에게는 릴랜드 스탠포드 주니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16세 때 유럽여행 중 장티푸스에 걸려 죽었다. 스탠포드와 부부는 아들이 죽기 전에 잠깐 다녔던 하버드대학교에 아들 이름을 기념할만한 기념물을 남기고 싶다며 대학 총장을 만나러 갔다.
올이 다 드러나 보이는 낡은 정장을 한 할아버지와 빛바랜 원피스를 입은 할머니가 총장을 찾아가자 비서는 이 촌스러운 노인부부가 무슨 도움이 될까 싶어 대꾸조차 하려들지 않았다. “총장님께서는 하루 종일 바쁘십니다” “그럼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비서는 좀 기다리다가 지치면 돌아가겠지, 생각했으나 4시간이 지나도 일어설 줄을 몰랐다. 비서가 지쳐서 “총장님, 잠깐만 만나주시면 돌아가지 않을까요?”하고 묻자 총장은 허름한 차림의 노부부라는 말에 기분이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마지못해 만나 보겠다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아내 제인 할머니가 먼저 정중하게 말을 꺼냈다. “저희 부부에겐 하버드에 1년을 다닌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하버드를 너무나 사랑했습니다만 1년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캠퍼스에 그 아이를 위한 기념물 하나를 세우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총장은 전혀 감동하는 기색 없이 “할머니! 하버드를 다니다 죽은 사람 모두를 위해 동상을 세워줄 수는 없습니다. 그랬다면 하버드 캠퍼스는 이미 공동묘지가 되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총장님, 동상을 세우고 싶은게 아닙니다. 저기 서있는 중앙도서관 같은 건물을 하나 지어 기증할까 합니다.” “건물이라구요? 건물하나 짓는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알고나 하시는 말씀이신지요? 하버드의 건물들을 모두 짓는데 750만 달러가 넘게 들었답니다.” 스탠포드와 아내 제니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보고 말했다. “여보, 그 정도 돈이면 대학 하나를 세울 수 있나봐요. 우리가 직접 대학을 세우면 어때요!” 스탠포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고, 부부는 미소를 머금은 채 총장실을 나왔다. 스탠포드 부부는 캘리포니아로 돌아와서 비서실장을 불러 대학설립 팀을 꾸리도록 하고 세계 최고의 캠퍼스, 세계 최고의 교수진, 세계 최고의 커리큘럼, 세계 최고의 우수한 학생 등 초 일류대학을 만들도록 했다.
하버드에서 푸대접을 받은 스탠포드 부부가 사랑하는 아들을 기념하기 위한 염원과 숭고한 설립 이념이 담겨 세워진 대학이 지금의 팔로알토에 있는 스탠포드 대학이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오늘날 우리들의 삶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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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최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