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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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다짐

2022-01-15 (토) 문일룡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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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호랑이 해인 새해를 맞았다. 미국으로 이민 온 고등학교 시절인 1974년부터 세어보니 미국에서 5번째 호랑이해를 보내게 되는 셈이다.

새해는 나에게 또 다른 특별한 의미를 준다. 그러면서 지난 해 오랫만에 만난 옛 친구가 제공한 추억 회상 기회를 감사하며 새로운 다짐도 해본다. 거의 30년 만에 다시 보게된 그 동갑내기 친구를 내가 처음 만난 곳은 아마도 당구장이었을 것이다. 둘 다 20대 후반의 나이였다.

당시 나는 버지니아 주 알링턴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 별로 알려지지 않은 나에게 찾아오는 고객이 많지 않았던 시절, 하루가 참 길게 느껴졌었다. 그 때 사무실에서 두 블럭 정도 떨어진 곳에 당구장이 하나 있었다. 나는 점심시간이면 식사는 간단하게 하고 종종 당구장에서 나머지 시간을 보냈다. 그렇다고 그동안 내가 계속 당구를 치는 것도 아니었다. 주로 다른 사람들이 치는 것을 구경했다.


지금은 재개발로 인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그 당구장에는 나 말고 다른 한인들도 상당수 찾았다. 그리고 당시에 그 당구장에서 만났던 몇 명의 동년배 청년들이 그 후 여러 해 동안 나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 되었다. 나와 현재 같이 일하는 동료 변호사 한 명도 처음 만나 인사한 곳이 바로 그 당구장에서였다. 철없던 그 시절, 친구들과의 교류는 당구로 그치지 않았다. 술도 마시고 바둑도 두었다. 그리고 카드게임도 했으며, 잡기에 능했던 친구들 덕택에 마작도 배웠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 친구와의 저녁식사에 또 다른 옛 당구 친구가 합류했다. 그리고 다음 날 타주의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와의 헤어짐이 아쉬워 세 명이 당구장으로 향했다. 당구장에 도착한 후 당구를 좋아하는 동료 변호사에게 전화로 연락했다. 물로 그 변호사도 바로 달려 나왔다. 그리고 둘씩 편을 나누어 게임비 내기 시합을 벌였다. 삼판이승제로 했다. 당구 실력이 100점을 넘겨본 적이 없는 나는 400점 실력의 제일 잘 치는 친구와 한 팀이 되었다. 밤 1시까지 치면서 2대 1로 졌지만 정말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정말 철딱서니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들도 나누었다. 마작 두기가 중단된 것이 현장을 가족들에게 두 번이나 들키면서였고 그 때 엄청나게 혼났던 기억을 상기하면서 크게 웃을 수 있었다.

오래간만에 본 옛 친구와의 짧은 재회를 통해 느낀 것은 철부지 시절,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어떤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만나서 교류했던 친구들이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나도 편하다는 것이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언제 다시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이런 친구들과의 만남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새해에 들어 하는 다짐들 중 우선순위에 오랫동안 연락이 두절된 친구들을 찾아보는 노력을 올려놓아야겠다. 친구들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기 바란다. 그래야 서로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문일룡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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