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후에 속이 더부룩해지면서, 명치와 머리가 아프고, 설사나 변비가 시작되면서 동시에 트림이나 방구에서도 심한 악취가 나는게, 꼭 음식이 식도나 위장 어딘가에 걸린 것만 같다면 그것이 바로 한의학에서 말하는 체증이다. 이러한 증상이 자꾸만 반복되는 과정에 악화되어 만성적으로 아주 소량의 식사밖에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위의 운동성이 심각하게 약해지면 양방에서 말하는 위무력증이 된다.
즉, 체증과 위무력증은 병의 기전이 서로 같기에 위무력증이 있는 사람은 자주 체하게 되고, 자꾸만 체하다 보면 결국에는 위무력증이 생기게 되는 식으로 이 둘은 서로 임상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방치된 잦은 체증은 위무력증으로 가는 고속티켓
그런데 임상을 하다 발견하는 재미있는 사실은 갑작스러운 급체로 인해 한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면, 위의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된 위무력증을 가지고 한의원을 방문하는 이들은 대부분 미국인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1년사이, 심각한 위무력증으로 최소 수개월 이상 고생하다 찾아온 외국인 환자가 20명쯤 된다면, 같은 기간 심각한 위무력증으로 본원을 찾은 한국인 환자는 그 반의 반도 안 되었던 것 같다.
이는 잦은 소화불량을 경험하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체증에 대한 이해가 있어 자연스레 병세가 깊어지기 전 한의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데 반해, ‘체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현대의학에만 익숙한 미국인들은 이 체증을 방치하여 위무력증으로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위무력증이 생기면…
위무력증이란 말 그대로 위가 힘이 없어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오장육부 가운데 다른 장기에는 사용하지 않는 ‘무력’이란 말을 굳이 위에 사용하는 이유는 위장은 위가 잘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유난히 많아서다.
위장의 근육이 무력해지면 위의 가장 중요한 기능중의 하나인 음식을 잘게 부수는 역할을 할 수가 없게 되고, 그 정도가 심해지면 소화기능이 무척이나 약해져 소화불량, 메스꺼움, 구토, 복부 팽만감, 만성 속쓰림, 식욕부진까지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이제 조금만 많이 먹어도 체하고, 혹은 처음엔 괜찮은 듯 같다고도 식후 두세시간이 지나 또 다시 체하는 식으로 증상이 만성화되어 버려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치료의 기본은 위장을 움직이게 하는 것
체증이나 위무력증 같은 소화장애 치료에 있어 일시적으로 소화기능을 증진시키기 위한 소화제나, 소화불량의 증상을 제어하기 위한 위산억제제 사용은 정답이 아니다. 이러한 치료는 오히려 위장의 활동을 더욱 게으르게 만들어 만성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체증계열의 병을 고치기 위한 기본 방침을 ‘위장의 기능을 항진시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에 둔다.
위장의 연동기능을(부수는) 항진시키는 약재를 사용하기도 하고, 위장의 움직임을 자극하기 위해 사지말단에 침자극을 가하거나, 복부에 직접적으로 마사지나 뜸을 통한 자극을 가해 위장과 대장의 움직임을 유도하는 식이다. 이러한 치료법들의 가장 큰 장점은 초반에만 제대로 행해진다면, 대부분 그 효과가 거의 즉각적이라는 것이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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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