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무하는 포퓰리즘’, ‘방어에 나선 민주체제’, ‘반 자유주의 물결’, ‘유행 타는 권위주의 형 통치’, ‘좀비 민주주의시대’….
코비드 팬데믹의 어둠이 여전히 전 지구촌을 짓누르고 있던 2021년 포린 어페어스 등 주요 정치, 외교 전문지들이 던져온 화두들이다. 그리고 맞이한 2022년. 이코노미스트지는 민주주의 체제와 권위주의 형 체제의 대결구도가 한 층 뚜렷해지는 해가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2022년은 공교롭게도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대표 미국과 권위주의 체제 종주국인 중국, 두 나라 모두 선거의 해다. 중간선거와 공산당 지도자를 선출하는(단지 거수기 역할이기는 하지만) 당 대회가 그것이다.
“아주 매끄럽게 진행된다. 온통 박수소리만 들리는 가운데. 시진핑의 3연임이 확정되면서 핵심영도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중국공산당, 그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나선다.” 오는 11월에 열릴 20차 중국공산당전국대표대회의 예상되는 광경이다.
“온통 진흙 밭 싸움이다. 결과는 민주당의 패배다. 연방 상하원 양원 모두에서 다수당의 위치를 빼앗긴 것이다. 바이든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면서 그의 정치 어젠다들도 실종될 위기를 맞는다.” 미리 내다 본 올 중간선거의 모습이다.
대조되는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 선출과정. 그리고 극명히 엇갈리는 바이든과 시진핑의 정치적 입지. 이는 그러면 미국과 중국의 위상과 장래의 궤적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인가.
“바이든으로서는 분명히 정치적으로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 민주주의의 탄력성 회복과 함께 미국은 더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시진핑의 앞에는 탄탄대로가 열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비례해 중국은 계속 어둠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아시아타임스의 전망이다.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고 할까.
“정작 주목해야할 ‘2022년 선거’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프랑스, 보스니아, 콜롬비아, 케냐 등 14개 나라에서 열리는 선거다.” 포린 폴리시의 지적이다. 나라마다 정치적 배경은 다르지만 흐름은 흡사하다는 총평과 함께.
독재세력의 적극적 공세에다가,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가운데 결손을 거듭하고 있는 민주주의. 다시 말해 ‘민주주의 후퇴’는 전 지구적 현상으로 자유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독재세력의 대결구도로 국제 정세가 수렴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의 해인 2022년은 이들 나라에서 국가의 명운이 달린 그런 해가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러니까 자유민주주의의 회복이냐, 후퇴냐의 갈림 길에 선 것으로 진단한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 본다. 두 달 후로 다가온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광화문을 수놓은 촛불, 그리고 탄핵. 이런 수순을 거쳐 출범한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과 통합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 반대로 환란과 분열, 갈등의 심화로 점철됐다. 소득 양극화, 아파트값 폭등, 세금문제, 코로나 방역실패 등으로 국민의 삶은 더 피폐하게 만들면서.
이 문 정권 5년을 관통한 시대정신(?)은 바로 ‘내로남불’이다. 이 멘탈리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로지 자신의, 더 나가 우리 패거리의 이익이다. 패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분열조장쯤은 예사다. 진실도 채색한다. 그러다 보면 독선에 사로잡힌다. 상대편은 악이고 내 편은 무엇이든 옳다는 편향 확증 증세에 빠져든다.
조국사태부터 문 정권 사람들이 줄곧 보여 온 행태로 왜곡된 사실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그 영향을 받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이 역시 조작된 것일 수도 있다)를 통해 정치적 편향성을 계속 증폭시킨다.
진보 지식인 강준만 교수는 이 내로남불의 대명사 문 정권의 본질을 부족주의로 파악했다. 문 정권 5년의 결과 대한민국은 부족주의의 노예가 됐다는 거다.
포퓰리즘에다가, 부족주의 특유의 ‘감성팔이’로 문 정권은 바라던 정치적 성과는 다 이루었다. 180석에 가까운 거대 의석을 차지했다. 뒤이은 것은 입법폭주로 사법개혁이란 이름하에 공수처를 설치했다. 거기에 더해 법치 위에 군림하는 권력의 폭주를 감시할 기능도 없애버렸다. 검찰과 사법부를 아예 무력화시킨 것이다.
대장동도, 청와대의 선거개입도, 원전폐기 국정농단도 모두 은폐하는 조직적 시스템을 완성시켰다고 할까.
그러면서 불러대느니 중국몽 찬가이고, ‘기승전 종전선언’만 외쳐댄다. 한국과 중국은 운명공동체이고 북한이 핵을 개발하든 안보위협을 하든 말든 한사코 김정은을 끼고도는 것이 문 정권의 안보외교 정책이다.
의도적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어온 해양문명세력과의 관계를 끊고 반문명의 대륙세력인 중국에의 예속을 추구하는 반동(反動) 외교정책을 펴온 것이다. 그 결과는 외교적 고립이다.
이 정황에서 치러지는 대선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단순한 민주주의 회복 정도가 아니다. 정치적, 도덕적 부족주의 청산의 계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다른 말이 아니다. 반문명의 암흑에서, 또 정치적, 도덕적으로 3류 국가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가 올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서 대한민국이 계속 존속하게 될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된다는 생각이다. 문 정권 2.0이 탄생의 경우 대한민국의 존재 이유는 사라지고 마니까.
2022년 3월 9일. 대한민국의 집단지성은 어떻게 작동할까. 기대보다는 초조감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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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