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어느 편일까. 이란인가, 미국인가. 호르무즈해협에서 간헐적으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속되고 있는 교착상태. 이란 전쟁과 관련해 던져지고 있는 질문이다.
‘시간을 오래 끌수록 이란에게 유리하다’- 많은 관측통들의 하나같은 지적이다. ‘아니. 이 전쟁이 어떤 결말을 향해 가든, 그러니까 이란이 승리를 해도 시간은 결코 이란에 유리하지 않게 흐르고 있다.’ 리얼 클리어 월드의 진단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란의 승리는 체제유지를 의미한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주도하는 구체제(Old Regime)가 전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이는 그러나 부분적 승리일 뿐으로 더 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핵시설도, 군사·경제 인프라도 모두 파괴됐다. 궤멸에 가까운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중동지역의 패권은 이제 꿈 일 뿐이다. 전후 한층 더 거세어지는 안팎에서의 압력으로 이란은 어떤 형태든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다른 말이 아니다. 전쟁에서는 살아남았지만 IRGC가 주도하는 이란 구체제의 운명은 이미 결정됐다는 거다.
보다 큰 가능성은 패배다. 그 한 형태는 외부의 군사공격에 겹쳐 내분이 발생하는 것이다. 전쟁패배 후 권력공백 상태는 내란을 불러와, 이란은 수 년 동안 리비아나 시리아 같은 무정부 상태의 ‘왕따 국가(pariah state)’나, 혹은 ‘실패 국가’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란이 맞이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패배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와 함께 군사-신정(神政)독재체제가 종식되는 것이다. 이 경우 뒤따르는 것은 이슬람 신정체제를 혐오해온 절대 다수 이란국민의 의사가 반영된 정권의 수립이다.
이상의 지적과 같이 승리를 하든, 패배를 하든, 앞으로 전개되는 상황은 IRGC주도의 이란 체제에게는 불리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IRGC가 그토록 원하고, 바라고 또 집착해온 핵무기 개발, 거대 미사일 병기창 확보, 그리고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등 테러 네트워크 대리 세력 지원. 이 세 가지 야망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는 거다.
때문에 시간은 결국 이란이 아닌, 미국 편이라는 게 이어지는 지적이다.
며칠 후, 몇 주후, 아니, 몇 달 후에나 이루어질 수도 있다. 휴전협정 서명 말이다. 그 순간 중간 선거를 둘러싼 미 정국의 흐름은 일대전환의 상황을 맞게 된다.
협상이 지지부진, 전쟁이 계속되어도 미국으로서는 별로 불리할 게 없다. 아랍에미리트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탈퇴한데서 보듯이 에너지 패권국가로 새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 편에 서는 국가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그러면 앞서 열거된 세 가지 시나리오 중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무엇일까. 레짐 체인지와 함께 IRGC주도 신정체제가 종식되고 정상적인 새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다.
이 경우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2020년 트럼프 행정부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수단, 모로코 등 일부 아랍 국가들이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 협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이란과 이스라엘의 수교도 이루어지고 중동지역은 안정을 찾게 된다.
일종의 나비효과라고 할까. 중동지역에서의 파워 기상도 변화와 함께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은 쿠바경제의 붕괴, 그리고 60여 년 동안 지탱해온 카스트로 공산체제의 종식이다. 이는 지난 1월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전격제거와 함께 어느 정도 예견되어온 상황으로 지난 수 십 년간 라틴 아메리카를 휩쓸어온 핑크 타이드의 종식을 의미한다.
CRINK라고 하던가. 격변의 축(axis of upheaval)이라고 하던가. 그 ‘새로운 악의 축’의 작은 장기돌이랄까. 그 베네수엘라, 쿠바, 이란 등이 거대 체스 판에서 하나 둘 스러져 가는 가운데 유럽전선에서도 뭔가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침공 5년째를 맞고 있다. 그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군은 130만 가까운 사상자를 냈다. 이와 함께 러시아의 경제는 회복 불능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정황에서 러시아군은 사태반전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춘계와 하계 대공세가 그것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전망은 러시아군 사상자만 늘어날 뿐 공세는 바로 좌절 된다는 거다.
‘격변의 축’세력에게는 악몽 같이 들리는 이 같은 사태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은 2027년이다. 이 2027년은 시징핑으로서 피하고 싶은 그런 해가 될 것 같다는 게 리얼 클리어 디펜스의 지적이다.
베네수엘라, 이란 등지에서 값을 후려쳐 석유를 공급받아왔다. 문제는 베이징이 어디에서 그 같이 싼 값의 석유를 공급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세계의 10대 석유공급원은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캐나다, 아랍에미리트, 오만, 쿠웨이트, 러시아, 미국, 그리고 리비아다. 이 중 러시아와 리비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미국의 통제 하에 있어서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악화일로상태의 중국경제에 커다란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호르무즈해협에서 말라카해협에 이르기 까지 세계의 석유수송 해로의 주요관문은 모두 미국이 통제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2027년은 미국이 파워를 새삼 드날리는 한 해인 동시에 CRINK의 수장 중국으로서는 이래저래 ‘끔찍한 한 해’(annus horribilis)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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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